트럼프, 측근 위한 ‘기금 조성’ 계획 철회… 민주당 “단 1센트도 안돼”
“트럼프 비자금” 비판받은 법무부와 합의
공화당 집단 반발에 기금 마련 철회 수순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쟁점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비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보상금을 지급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법기구 무기화 방지 기금’ 조성 계획이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이어 여당 공화당까지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기금 조성 계획 끝장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온라인매체 액시오스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조성 계획이) 현재로서는 끝장났다(dead)”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기금 조성이 현재로서는 보류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개인 납세기록이 유출됐다며 미국 국세청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후 지난달 18일 법무부와 17억7,6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사법기구 무기화 방지 기금’을 조성하는 데 합의하며 소를 취하했다. 조 바이든 전 미 행정부 시절 사법기구의 무기화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기금 조성은 곧장 초당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조성되는 기금과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내용 사이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데다, 보상 대상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나 그의 재선 실패에 반발해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결국 공화당까지 나서 반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기금 조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기금 조성이 강행될 경우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700억 달러(약 106조 원) 규모의 이민 단속 패키지 예산안 처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반대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부가 기금 조성을 스스로 중단하길 바란다”며 의원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에 가뜩이나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공화당에 커다란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보좌관들에게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대가 이렇게 격렬할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이 다른 정책적 우선 과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금 조성 시도를,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사법기구 무기화 방지 기금을 “(트럼프 대통령의) 비자금(slush fund)”으로 칭하며 “단 1센트라도 지급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이정혁 기자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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