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연설 대신 ‘악어쇼’ 방영… 美방송사 보이콧에 트럼프 ‘격노’

최동순 기자

트럼프 대통령 ‘중국 선거개입’ 대국민연설
주요 방송사, 생중계 안 해… “잠정적 허위”
트럼프 “방송 면허 박탈해야 하겠다” 격노

미국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실에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내용이 방송 송출 화면이 모니터링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관한 대국민연설을 하는 동안, 미국 주요 방송사 대부분은 이를 방영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내용을 미리 접한 뒤, 대부분 허위 사실일 것으로 판단하고 중계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TV를 즐겨보는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에 맞춰 연설을 계획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보이콧’ 사실을 보고받은 뒤 “방송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ABC·NBC·CNN 등 트럼프 연설 대신 기존 방송 송출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지상파 3사 가운데 ABC방송과 NBC방송은 16일 오후 9시(현지시간)에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TV 생중계하지 않았다. ABC는 기존에 편성돼 있던 퀴즈쇼를 방영했고, NBC는 악어가 등장하는 동물프로그램을 예정대로 편성했다. 이들은 TV 대신 방송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서만 연설을 생중계했다.

뉴스 전문채널 CNN방송도 앵커 케이틀런 콜린스가 진행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유지했다. 콜린스는 방송에서 “대통령의 거짓말 전력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생중계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존 킹 CNN 기자는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이 선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BS, 일부 중계 후 비평… “주요 방송 중 폭스만 중계”

지상파 3사 가운데 연설을 일부라도 TV 생중계한 곳은 CBS방송밖에 없었다. 다만 CBS도 연설 시작 몇 분이 지난 시점부터 연설을 중계한 뒤 미리 끝냈고, 토니 도쿠필 앵커가 진행하는 비평 보도가 이어졌다. 도쿠필 앵커는 “연설을 방송한 게 무책임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연설의 내용도 뉴스가 될 것”이라며 “이를 보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미국 MS NOW 방송도 연설 일부만 방송한 뒤 논평을 이어갔다. 연설을 생중계한 주요 방송국은 폭스 방송이 유일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방송사의 보이콧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할 연설이 “잠재적 허위사실”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방송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전 몇 시간 전부터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논의했고, 뉴스를 전달하는 것과 2020년 대선에 대한 잠재적 허위 정보에 방송 시간을 내주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방송면허 박탈” 엄포

트럼프 대통령은 중계를 거부한 방송사들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그간 중요한 정책이나 대국민 메시지가 담긴 대통령의 프라임타임 연설은 주요 방송사들이 동시 생중계하는 것이 미국 방송가의 관례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ABC 등을 지목하며 “수십억 달러 가치의 공공 전파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정직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며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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