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교착에 인내심 바닥… 美, 연이틀 이란 공습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2명

“토마호크 49발”… 합의 압박 의도
호르무즈 봉쇄 형해화·역봉쇄 병행
헬기 피격 보복·재보복… 확전 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이민 단속 예산 법안(미국 안보법·Secure America Act) 서명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 포함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교착이 길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연이틀 공습을 가하며 이란에 합의를 압박했다.

테헤란 인근까지 표적 확대

미군 중부사령부는 10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늘 오후 5시 15분 이란 내 여러 목표물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위적 공격을 개시했다”며 “이번 공격은 이란의 부당하고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발표했다. 사령부는 4시간가량 뒤 공습을 완료했다며 “이란 전역의 군사 감시 자산,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군 전투기들이 이란 상공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49기를 발사했다고 소개했다.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공습의 명분은 보복이다. 미군은 호르무즈해협에서 8일 벌어진 자국 육군 아파치 헬기 피격이 이란 무인기(드론)에 의한 것으로 보고, 9일 공군·해군 전투기의 정밀 유도 무기로 해협 인근 이란 레이더 기지, 방공 시설, 지상 관제소를 세 차례에 걸쳐 공격했다.

그러나 추가 공습 전에는 이란에 종전 합의 서명을 강요하려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취재진에 “오늘 이란을 (어제보다) 더 강하게 다시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합의에 거의 다 도달했는데도 그들(이란)이 계속 시간을 끌며 우리를 호구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안보팀을 소집해 대(對)이란 추가 공격 방안을 논의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습 개시 뒤 ‘이란이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폭스 기자 질문에 “내일 밤 그들을 폭격해 박살 낼 것”이라고 답했다. 액시오스는 자신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회신을 2주간 기다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짜증스러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10일 폭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량과 발전소 등 이란의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트럼프 위협은 절박함 방증”

8일 이란의 봉쇄로 인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페르시아만(걸프)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오만 무산담에서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사진이다. 무산담=로이터 연합뉴스

4월 휴전 합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대 협상 지렛대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조치를 형해화하기 위해서도 애써 왔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지난달부터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의 안전 통항을 돕는 비밀 작전을 수행한 결과 1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세계에 공급될 수 있었다고 생색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이 오만 해안선과 가까운 위험한 경로로 암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비밀 작전이 이 항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란 항구 왕래 선박을 차단하는 ‘역봉쇄’와 경제적으로 이란을 고립시키는 제재를 병행하는 것 역시 협상력 강화 차원이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X를 통해 4월 13일 대이란 해상 봉쇄 시작 뒤 명령에 불응하는 선박 8척을 무력화했으며 134척을 회항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군에 무기 조달을 지원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섰다.

이란은 즉시 반격했다. 인근 걸프(페르시아만) 국가에 주둔 중인 미군을 공격하고 휴전 기간 부분적으로 열었던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완전히 폐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으며 중동 지역 미군기지 18곳을 겨냥해 포격을 가했다. 이란군을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발포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은 “오늘 밤에도 상선들이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드나들고 있다”며 이란의 전면 폐쇄 주장을 반박했다.

설전도 벌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힘이 아니라 절박함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토의에서 미국이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면 군사적 협박과 위협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측 모두 전면전 재개는 바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그러나 보복·재보복의 악순환에 따른 긴장 고조가 우발적 확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진단도 나온다. WSJ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 중단을 선언한 뒤 가장 심각한 확전 위기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수위가 다시 올라가며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93.10달러로 전장 대비 1.80%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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