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이스라엘과 휴전협상 중단하라” 레바논 압박…속내는
문재연 기자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요충지 함락 임박
레바논, 이스라엘에 휴전 요청했지만
이스라엘 “헤즈볼라와 휴전할 수 없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고위 정치위원 와피크 사파가 13일 베이루트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열리는 레바논-이스라엘 직접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헤즈볼라는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에서 열리는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협상에 강력히 반대하며 레바논 정부에 취소를 요구했다. 협상의 핵심 목표가 즉각적인 휴전이 아닌 헤즈볼라 무력화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임 카셈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협상 전날인 13일(현지시간) 대화 전면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카셈 총장은 TV 성명을 통해 “우리는 찬탈자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거부한다”며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전장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번 협상을 취소함으로써 역사적이고 영웅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권유로 성사된 이번 휴전 협상은 1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다. 양측이 공식 대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1983년 종전 협상 이후 43년 만이다. 협상에는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와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참석하며, 미셸 이사 주레바논 미 대사가 중재자로 동석한다.
휴전 협상에 ‘헤즈볼라 무장해제’ 담길 듯
헤즈볼라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각자 밝힌 협상 방향에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지난달 국가의 무기 독점권을 확립하기 위해 헤즈볼라의 모든 군사활동 금지와 무기 반납을 명령하기도 했다.
가산 살라메 전 레바논 문화부 장관은 알모니터에 “이건 협상이 아니다”라며 “헤즈볼라의 구조적 무력화를 위한 설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출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레바논 정부는 국가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도 레바논 행정부가 휴전 자체보단 헤즈볼라 무력화를 위해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MEE는 “레바논이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자유로운 주권적 의사결정에 대한 고집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조셉 아운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레바논 대표로서 인정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종교 분파가 정치권력을 나눠 맡는 레바논은 기독교·수니·시아파 대표가 대통령·총리·국회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헤즈볼라에 무장해제를 위한 강제력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주레바논 한국대사는 “아운 대통령은 취임 때도 무기 소유를 국가로 제한하겠다며 헤즈볼라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며 “협상 후 레바논 행정부와 헤즈볼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으로 적십자 구급대원 사망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빈트주베일에서 헤즈볼라 대원 100여 명을 사살하고 터널 등 군사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밤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베이트야훈 마을에서 적십자 구급대원 1명이 사망했다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거점 빈트주베일 점령 작전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보수 매체 마리브는 이스라엘군이 이란과의 휴전으로 레바논 전선을 최우선 작전 무대로 격상하고, 공군 전력을 집중 투입했다고 했다.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