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1기’ 이근호 “체코전에 모든 걸 맞춰라… 16강 이상 올라갈 것”

강은영 기자

[‘2014 월드컵 러시아전 선제골’ 이근호 인터뷰]
“컨디션 정점은 체코전 당일이어야”
손흥민·황인범 등 주축 몸 상태 긍정 평가
“고지대 적응 우위… 16강 이상도 가능”
“체코전 승점 확보가 조별리그 최대 관건”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이 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컨디션이 너무 좋아도, 나빠서도 안 됩니다. 첫 경기인 체코전에 100% 딱 맞춰야 해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던 이근호(41) 축구 해설위원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에게 ‘첫 경기’를 강조했다. 12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이번 월드컵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7~18년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근호 위원은 2008 베이징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경험했다. 베어백호를 시작으로 허정무호, 조광래호, 최강희호, 홍명보호, 슈틸리케호, 신태용호까지 한국 축구의 격동기를 모두 거쳤다.

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위원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컨디션 조절’을 꼽았다. 그는 “평가전을 치르고 본선에 나갔을 때의 컨디션, 즉 그 리듬을 잘 이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금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으면 첫 경기 때 무리하다 다칠 수 있고, 반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표팀도 선수들의 몸과 심리 상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체코전에 맞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트리니다드토바고(5-0 승), 엘살바도르(1-0 승)와의 평가전에 대해 그는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특히 ‘캡틴’ 손흥민(34·LAFC)과 조규성(28·미트윌란), 황인범(30·페예노르트), 이재성(34·마인츠), 오현규(25·베식타시)의 움직임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손흥민은 미국프로축구(MLS)에서 뛰니까 고지대 경기를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며 “조규성도 유럽과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는 모습이었다”고 짚었다.

가장 눈여겨본 선수는 황인범이었다. 그는 “국제 대회 경험이 많아 경기장 안팎에서 (황)인범이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많은데, 평가전을 보면서 걱정을 덜게 됐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이 ‘라스트 댄스’라고 깜짝 선언한 이재성에 대해서도 “많은 활동량으로 맡은 역할을 소화하며 베테랑으로서 선수단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현규는 피지컬이 좋은 데다 활동 범위가 넓어 쓰임새가 다양한 것 같다. 본인이 살아나면 주변 선수들도 같이 살아나는 스타일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이 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이 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 위원이 거듭 강조한 것은 고지대 적응이었다. 한국은 체코, 멕시코와의 경기를 해발 1,570m의 과달라하라에서 치른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꺼내 들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4연승을 하고도 예멘의 수도 사나(2,300m) 원정에서 패했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지역 예선 때도 이란 테헤란(1,200m) 원정에서 비겼다. “당시 예멘이 FIFA랭킹 134위 약체였는데도, 고지대 적응에 실패하면서 0-1로 졌습니다. 또 이란 원정에서는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어렵습니다.”

다만, 체코전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치느라 본선 확정이 늦어졌고, 베이스캠프도 멕시코가 아닌 미국 텍사스주에 마련했다. 그는 “이동 거리 등 여러 조건이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체코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186㎝ 이상의 평균 신장으로 세트피스에 강하다. 발밑으로 짧고 강하게 깔아주는 패스로 득점 기회를 살려야 한다”면서 “체코전은 사활을 걸고 무조건 승점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멕시코전, 25일 남아공전도 해볼 만하다고 예측했다. 이 위원은 “멕시코전은 홈 분위기가 강점이지만, 작년 9월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며 “예전만큼 압도적인 스타급 선수가 없고, 호주전에서 승리했지만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한국이 폭발적인 활동량의 멕시코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뛴다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남아공에 대해서도 “조직력이 좋고 개인 기술도 뛰어나지만, 완성도에서는 빈틈이 있다.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으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16강 이상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근호가 후반 슈팅을 하고 있다. 이근호의 선제골로 한국이 1-0으로 앞서갔다. 연합뉴스

이 위원은 이른바 ‘홍명보호 1기’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처음 성인 대표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의 선발 명단에 들었다. 12년 전 홍명보호와 많이 달라졌을까.

그는 “스리백과 포백에 변화를 주는 게 달라졌다”며 “예전엔 공을 소유하고 있다가 좌우 측면에서 마무리하는 정해진 툴을 가졌다면, 이젠 윙백과 윙어의 역할 구분 없이 공격이 이뤄지는 등 현대축구의 흐름에 맞춰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면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무작정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 수비 조직을 안정적으로 갖춘 뒤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큰 대회에서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짧은 소집 기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국가대표 시절, 그는 84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남겼다. 화려한 플레이보다 선수의 높은 가치로 꼽히는 ‘오프 더 볼’이 강점이었다. 많은 감독이 그를 꾸준히 중용했던 이유를 물었다. “저는 대표팀에서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었어요.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죠. 손흥민 같은 선수가 공을 잡으면, 주변에서 더 많이 뛰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감독님들이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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