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역대 최대 12.8% 증가한 821조… 미래대응기금 162조 신설
세종=장재진 기자
[2027년 예산안]
2005년 이래 지출 증가율 최대 폭
GDP 대비 국가채무 48.3%로 개선
수요 자극해 물가 인상 압력 지적엔
박홍근 “잠재성장률 반등에 투자 多”

박홍근(오른쪽)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정부가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1조 원으로 편성했다. 국가예산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0.6%) 이후 처음이며, 증가 폭은 국가재정의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래 최대치다. 정부는 이 같은 확장재정 배경으로 경제 성장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세수 호황 속에 100조 원이 넘는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해 재정건전성까지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지속 가능성엔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7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내년 정부 총수입은 880조8,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30.4%나 급증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소득세가 크게 늘면서 국세수입(584조4,000억 원)이 50%가량 폭증하는 영향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총지출은 820조9,000억 원으로 12.8% 늘어난다. 지출 면에선 예산(505조 원·4.9%)보다 기금(315조8,000억 원·28.2%)의 증가 폭이 크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내년 예산안은 현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의 전 과정을 주관했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사업 지원에 총 21조3,000억 원이 투입된다. ‘포스트 반도체’ 모색 등 미래 성장엔진 확충 분야에도 62조8,000억 원이 편성됐다. 청년 지원과 ‘K자형 성장’ 대응에도 각각 43조3,000억 원, 117조1,000억 원이 배정됐다. 자주국방 실현과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데도 38조3,000억 원이 쓰인다.
내년에는 추가세수로 마련된 162조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신설된다. 이 중 45조4,000억 원은 ①청년 ②성장동력 ③지방 ④교육·인재 분야에 투자된다. 내년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축소함으로써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도 기금 12조5,000억 원이 쓰인다. 나머지는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향후 세수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금을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에도 내년 재정건전성 지표는 개선된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3조1,000억 원 적자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은 0.1%로 올해 본예산(3.9%) 때보다 대폭 줄어든다. 국가채무는 1,519조8,000억 원으로 불어나지만 GDP 대비 비율 역시 48.3%로 올해(51.6%)보다 내려간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도 나라 살림이 안정적일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정지출을 연평균 8.4%씩 늘려 나가기로 했다. 매년 2%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 미만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일시적인 세수 호황에 기대 공격적인 지출을 이어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국가부채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세종=장재진 기자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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