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취소한 트럼프, 미사일 부족·확전 우려했나

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

1일 전면전 문턱서 협상 국면으로 선회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핵위협 종식” 제시
‘확전 우려·동맹국 취약성·세계경제’ 고려
공습 보류했지만 군사충돌 가능성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 공항에 있는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뉴저지=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예고하면서 주말 사이 고조됐던 미·이란 전면전 재개 가능성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개적으로 중재에 나선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추가 공격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다만 ‘조건부 공습 보류’인 만큼 중동 전운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의 틀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으니 어떠한 공격도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합의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요청에 따라 세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동시에 성공적이고 번영하는 이란의 생존을 위해, 나는 신속하게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조건 아래 공격을 취소하기로 동의했다”며 “이스라엘도 나와 함께 이러한 약속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멈춰달라” 긴급 중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의 틀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으니 어떠한 공격도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트루스소셜 캡처

전면전 문턱까지 치달았던 중동 정세는 일단 외교 국면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긴급 중재가 영향을 미쳤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란에 대한 대규모 신규 공습 계획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고, 칼리드 빈 살만 국방장관도 미국 측에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도 미국과 이란을 상대로 동시 중재에 나섰다.

美 행정부 내부 사정도…확전우려·동맹국 취약성·세계경제 고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공격 보류 결정 이면에는 복잡한 미 행정부 내부 사정도 깔려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걸프 동맹국들의 취약성,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2일 분석했다.

지난달 이란에 대한 확전을 보류한 배경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NYT는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경우 이미 축소된 미군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 방공무기 재고가 위험한 수준까지 소진될 수 있다는 군사 고문들의 경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한 달 전 이 같은 우려로 확전 계획을 보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란 “공격하면 가만 안 둔다”…경고 여전

미국의 공습 계획 취소에 이란 국영방송 IRIB는 “(미국이) 군사 행동 위협에서 또다시 후퇴했다”며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의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이 기존 계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공격할 경우 이란군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미국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 2명은 미국이 공격을 강화할 경우 대리 민병대를 동원해 미국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국제 시장을 교란시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비용을 치르게 하는 방안까지 마련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조건부 공습 보류’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도출을 전제로 공격 중단을 언급한 만큼,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공습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이란의 보복 위협과 미국의 경고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는 전면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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