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美 AI데이터센터 가보니…”랙 하나, 집 100채 몫 전기 써”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실리콘밸리 캠퍼스
서버 공간부터 전력·냉각·통신망 제공…

1일 찾은 미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에퀴닉스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 에퀴닉스 제공
인공지능(AI) 시대를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인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미국 각지에 잇따라 건설되며 11월 중간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력난과 전기요금 상승, 소음 등 문제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붐의 ‘태동지’인 미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에퀴닉스(Equinix) 실리콘밸리 캠퍼스’ 내부가 1일(현지시간) 본보를 포함 실리콘밸리 주재 각국 매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에퀴닉스는 AI 기업들이 서버를 맡기는 주요 인프라 사업자 중 하나다. 아무리 빠른 AI 칩을 여럿 쌓아 서버를 만들어도, 그에 필요한 전력과 열을 식혀 줄 냉각시설, 세계로 연결해 줄 광케이블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구글도, 엔비디아도 그 인프라를 직접 다 지을 순 없어 에퀴닉스를 찾는다.
빌 스트롱 운영 총괄 수석부사장(SVP)은 “우리는 부동산 회사”라며 “아파트를 빌리면 본인 가구를 갖고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오하이오·애리조나·텍사스 등에서 잇달아 발표되는 2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한 기업이 건물 전체를 통째로 쓰는 ‘도매형’이라면, 에퀴닉스는 한 건물에 고객사 50~75곳이 함께 입주하는 건물 평균 10메가와트(MW) 남짓한 ‘소매형’이다. 이날 기자들은 SV10, SV11이란 번호가 붙은 서버실을 방문했다.
데이터센터 내부로 들어가려면 철통같은 ‘5단계 보안’을 거쳐야 한다. 미리 발급받은 방문증을 제시한 뒤, 한쪽 문이 닫혀야 반대편 문이 열리는 이른바 ‘피플 트랩(people trap)’을 통과한다. 인가받지 않은 사람이 몰래 ‘꼬리물기’로 뒤따라 들어가도 두 번째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서버가 놓인 내부로 들어가려면 배지를 찍고, 지문 인식을 거쳐야 한다. 끝으로 데이터센터 기기를 조작하려면 그물 모양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보안이 삼엄한 만큼 촬영도 철저히 금지된다.

1일 찾은 미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에퀴닉스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 서버전산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팬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은 듯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가로·세로 2인치(약 5㎝)의 촘촘한 철망으로 짠 랙들이 마치 철조망처럼 고객사들의 자산을 지키고 있었다. 에퀴닉스 제공
비로소 서버가 늘어선 전산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팬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은 듯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가로·세로 2인치(약 5㎝)의 촘촘한 철망으로 짠 랙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랙이란 규격에 맞춰진 금속 틀 안에 서버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전원과 랜선을 정리해 주는 설비다. 스트롱은 케이지 하나하나가 고객사 소유이며, 그 안에서 무슨 장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에퀴닉스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발 전력밀도 폭증… 20여 년 만에 60배↑ 증가

1일 미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에 위치한 에퀴닉스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에는 수십 개의 케이블 다발이 층층이 쌓인 AI 랙을 잇고 있었다. 에퀴닉스 제공
AI시대가 도래한 뒤 데이터센터에 생긴 눈에 띄는 변화는 뭘까. 야후가 인기 있는 포털사이트였던 닷컴 버블 당시부터 엔지니어로 일한 스트롱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단연 전력밀도”라고 답했다. 25년 전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만 해도 랙 1개당 2킬로와트(kW)가 표준이었다. 이는 미국 평균 가정 한 채가 쓰는 지속전력(약 1.2kW)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SV11의 일부 구역은 랙 하나당 100kW 넘는 전력을 사용한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20여 년 새 랙 한 대가 ‘집 한 채 몫’에서 ‘집 110여 채 몫’ 전기를 쓰게 된 셈이다.
사용하는 전력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방출하는 열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냉각 방식도 달라졌다. SV10에서는 간접증발식 냉각(IDEC)을 사용한다. 실리콘밸리의 서늘한 밤·새벽 외기를 필터링해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외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는 물을 흘려 공기를 추가로 식힌다. 그래도 부족하면 냉매 압축기를 가동한다.
한 층 올라서자 SV11은 SV10보다 바람이 덜 세고 실내도 한결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냉수를 순환시켜 공기를 식히고, 발열이 심한 구역에선 냉수를 서버의 칩 바로 옆까지 보내 직접 열을 식힌다. 스트롱은 최신 서버가 과거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데이터센터에서 일하려면 파카와 비니, 장갑을 껴야 할 정도로 추웠지만 지금은 훨씬 편안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물 먹는 하마” 통념에 반론
‘냉각 과정에서 데이터센터가 물을 많이 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의 약 3분의 2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폐쇄형 공랭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엔 처음부터 물을 쓰지 않는 설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둘러본 SV10은 외기와 물을 함께 활용하는 IDEC 방식이었다.
전력 공급을 위한 연료전지도 눈에 띄었다. 에퀴닉스는 미국 6개 주 19개 이상 데이터센터에 100MW 이상의 연료전지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SV11은 지역 전력망인 PG&E가 아니라 연료전지를 주 전력원으로 사용하고, PG&E와 디젤 발전기를 백업 전원으로 둔다고 스트롱은 설명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 태양광은 한계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길 건너편에 주거 시설이 있었다. 소음 민원이 없었는지 묻자 스트롱은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디젤 발전기는 컨테이너 안에 넣고 소음기와 배기 시설 등을 설치해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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