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일주일 안에 평화안 수용 압박…러는 동부 쿠피안스크 재탈환
美, 평화안 협상 시한 ‘추수감사절’ 제시 압박
평화안에 우크라 영토 양보·군 감축 등 포함
우크라 측 역제안 고심…유럽은 즉각 반발
초안엔 “나토식 집단 방위 보장” 규정도
러시아, 격전지 재탈환…평화 협상 부정 기류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부터)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28개항 평화안’을 이달 27일까지 수용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평화안에 담긴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와 군 병력 감축 등 내용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와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에 다음주 추수감사절(11월 27일) 이전까지 평화안에 서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이달 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다음달 초에는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미국 측의 시간표라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자신들이 설정한 제한 시점까지 우크라이나에 평화계획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향후 군사 정보 공유 및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앞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으로부터 28개 조항의 평화안을 전달받았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와 남부 일부 지역 영토를 포기하고 △군대를 현재 약 88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축소하며 △장거리 미사일 보유도 금지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제외됐던 러시아의 주요 8개국(G8) 복귀 논의도 열어뒀다.
평화안에 안보와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다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보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다만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가 별도로 입수해 보도한 ‘평화안 초안’은 이 문구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 제5조의 원칙을 모델로 삼아 이 분쟁의 상황과 미국 및 유럽 동맹국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조정된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고 명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 제5조는 나토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방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문이다. 초안에는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해 우크라이나, 나토, 유럽 파트너들과 즉각 협의한 후 안보 회복을 위한 필요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필요 조치는 무력 사용, 정보·물자 지원, 경제적·외교적 조치 등이다.
이에 따라 이날 우크라이나가 접수한 문건에는 안보와 관련해 추상적인 표현만 들어갔지만, 평화안 초안에는 나토의 집단 방위와 비슷한 안전보장을 약속한다는 전례없는 약속이 담기면서 협상 관계자들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고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다만 유럽 각국은 우선 거부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독일 정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독일·프랑스·영국 정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주원을 방어할 능력을 유지해야 하며, 현재 전선이 평화협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며 새 평화 제안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푸틴, 군복 입고 전선 지휘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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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제127 독립여단 병사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쿠피안스크=AP 뉴시스
러시아도 강공 의지를 밝히며 평화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러시아는 이날 미국이 평화안을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과 협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서부군의 한 지휘소를 직접 방문해 지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하르키우 주의 주요 도시 쿠피안스크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쿠피안스크는 2022년 2월 전쟁 시작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가 같은 해 9월 우크라이나군에 수복된 도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리 자체의 과제와 목표들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무조건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