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째 숨지자 못 버텼다… ‘미네소타 죽이기’ 물러선 트럼프

앙숙 주지사와 협력, 책임자 교체도
테러범 몰아가기, 영상 물증에 역풍
反이민 여론 악화, 중간선거 위기감

37세 미국인 간호사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가 미국 연방 이민단속요원들의 총격으로 숨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사건 현장의 임시 추모 장소에서 26일 한 여성이 촛불을 켜고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이민자를 쫓아내라고 보낸 연방 요원의 무차별 총격에 미국인이 잇따라 두 명째 숨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버티지 못했다. 작심하고 ‘미네소타 죽이기’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전향과 타협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미네소타주(州) 주지사 팀 월즈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2024년 대선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서 자신에게 맞섰던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을 별러 온 대표적 정적(政敵)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사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전화를 건 쪽은 월즈 주지사였다. 주지사실에 따르면 그는 대통령에게 연방 요원이 저지른 두 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미네소타에 배치된 연방 요원 수를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했고, 대신 현재 지역 교도소 등에 수감돼 있는 범죄 전력 불법 이민자를 연방 당국에 즉시 인도하고 범죄 혐의로 수배된 불법 체류자의 체포를 위해 연방 당국과 협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든 것을 검토 중이며 곧 결정을 공표하겠다”고 밝힌 그는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로 “오늘 밤 톰 호먼을 미네소타로 보낸다”고 알렸다. 호먼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국경 보호 및 이민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백악관 ‘국경 차르’다. 블룸버그통신은 “국토안보부(DHS) 장관 크리스티 놈 등 경쟁자들보다 신중한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에 따라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 등 일부 요원들이 미네소타를 떠나 각자 관할 구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미네소타 상황은 백악관이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그(호먼)는 내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썼다.

미네소타에서 이민 단속 작전을 이끌어 온 보비노 대장은 잔혹하고 폭력적인 전술로 비판을 받아 왔다. 더욱이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사살당한 37세 미국인 간호사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를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부하를 감싸며 물의를 빚었다.

공화당도 동요

26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 임시 추모 공간 앞 창문 유리에 총탄이 뚫고 지나간 구멍이 보인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미네소타는 2016, 2020, 2024년 대선에서 한 번도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의 진원지가 되며 그를 곤경에 빠뜨린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놈 장관과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가 앞장선 ‘미니애폴리스 피격 사망자 테러범 몰아가기’에 동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7일 세 아이 엄마 러네이 니콜 굿(37)에 이어 이틀 전 프레티 사망 사건까지, 요원의 정당방위라는 연방정부 측 주장을 부정하는 목격자 촬영 영상이 나오며 역풍을 일으키자 그들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브리핑에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그(트럼프)는 이 사건의 수사가 계속되고 사실에 따라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인 것은 11월 중간선거(연방 상원의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체 선출)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전직 민주당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이 궐기를 호소했고, 보수 세력인 총기 소지권 옹호론자마저 트럼프 행정부 비판에 나섰다. 미네소타 주지사 공화당 경선 주자 크리스 마델 변호사가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는 등 집권 공화당 내에도 동요가 일었다.

이날 로이터가 결과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민 정책 반대(53%)가 지지(39%)를 압도했다. 작년 2월에는 지지가 50%, 반대는 41%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두 건의 시위대 피격 사망 사건이 취임 뒤 1년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직면한 최대 위협 중 하나임을 백악관이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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