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은 숫자일 뿐… 월드컵 이변 노리는 ‘다윗’들

손영하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D-1]
참가국 확대로 ‘강호 vs 약체’ 경기 줄이어
브라질-아이티, FIFA 랭킹 77계단 차이
뉴질랜드·퀴라소 등 언더독 반란 주목

딕 아드보카트 퀴라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6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산호세=AP 연합뉴스

월드컵 규모가 커지자 이변의 확률도 높아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국가들이 본선 무대를 밟게 됐고, 전통의 강호와 신흥 다크호스 간 맞대결이 대거 성사되면서 조별리그 곳곳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1일 “월드컵 역사는 랭킹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이번 대회 조별리그 중 FIFA 랭킹 차이가 가장 큰 5개 경기를 소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경기는 C조 브라질(6위)과 아이티(83위)의 맞대결이다. 20일 오전 9시 30분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양국의 FIFA 랭킹 차이는 무려 77계단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브라질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6골 차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아이티는 1974년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당시 아이티 스트라이커 에마뉘엘 사농(1951~2008)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당대 최고 골키퍼 디노 조프(84)의 ‘1,142분 무실점’ 기록을 끊어내 축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골 셀러브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올랜도=AP 연합뉴스

G조 벨기에(9위)와 뉴질랜드(85위)의 경기도 눈길을 끈다. 두 팀은 27일 낮 12시 캐나다 밴쿠버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데, 성인 대표팀끼리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질랜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본선에 복귀했다. 당시 뉴질랜드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와 1-1로 비기며 이변을 연출했지만, 세 경기를 모두 비기며 ‘무패 탈락’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반면, 벨기에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 랭킹 2위였는데도, 모로코에 발목을 잡히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E조에서는 4회 우승국 독일(10위)이 15일 오전 2시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퀴라소(82위)와 격돌한다. 퀴라소는 이번이 첫 본선 무대이다. 본선 진출국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국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2018년과 2022년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은 만큼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이 절실하다. FIFA는 독일이 월드컵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경기로, 1982년 알제리전 패배(1-2)와 2018년 한국전 패배(0-2)를 꼽았다.

FIFA는 그밖에 L조 잉글랜드(4위)와 가나(73위)의 맞대결, H조 스페인(2위)과 카보베르데(67위) 간 경기를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선정했다. 가나는 현재 FIFA 랭킹이 낮지만, 2010년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저력이 있다. 카보베르데는 이번이 월드컵 첫 출전이지만, 예선에서 아프리카 강호 카메룬을 꺾고 본선 진출권을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