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하메네이 장례식에 대규모 인파
김민호 기자
수도 테헤란에 추모객 운집
미국과 이스라엘에 복수 다짐

이란 고위 관료와 외국 대표단이 3일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대 모살라에 안치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관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가운데 추모객 수십만 명이 모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추모객들이 이란 국기를 두른 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외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란 국영 언론이 전날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시신은 테헤란 시내 대형 예배 장소인 이맘 호메이니 대(大)모살라로 운구됐다. 관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나타내는 검은색 터번이 올려졌고 딸과 사위, 손녀 등 폭격으로 함께 사망한 가족의 관도 주변에 놓였다.
이번 장례식은 하메네이가 올해 2월 28일 사망한 후 126일 만에 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6일간 시신이 여러 도시로 운구되는 가운데 수백만 명이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BBC는 이란과 이라크 전역에서 1,500만~2,000만 명이 장례에 참가한다고 내다봤다. 이란 정부 고위 인사와 중국·러시아 등 외국 대표단, 종교 지도자, 민병대 관계자도 일반인 공개에 앞서 조문했다. 다만 3월 이란의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추모하는 인파가 5일 새벽 하메네이의 관이 안치된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밖에 운집했다. 테헤란=TASS 연합뉴스
이날은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독립 25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란과 미국이 장례식 기간 종전 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테헤란 곳곳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대모살라를 찾은 추모객 일부가 ‘#KillTrump(트럼프를 죽여라)’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이 현장에서 만난 교수 레자는 “우리는 최고 지도자에게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장례식에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 아라쉬 라히미는 “여기 온 모든 사람은 최고 지도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하러 왔다”며 “미국과의 관계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다만 이란 안에도 대규모 장례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적잖은 이란인이 장례식을 과도하게 대규모로 치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NYT는 “하메네이는 37년이 넘는 권위주의 통치 기간 동안 반대자들의 의견을 가혹하게 탄압했고 경제적 무능과 부패가 만연하도록 방치했다”고 평가했다.
- 김민호 기자km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