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가… ‘5배 손배법’, 진짜 사이버 레커 잡을까

강유빈 기자 외 1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 시행 D-1]
‘허위·조작정보’ 규정 불명확해 자의적 해석 여지
가중 손해배상 요건 고의성·목적성은 입증 쉽잖아
“글로벌 플랫폼 소극 협조 땐 피해구제 효과 반감”

연예인 관련 가짜뉴스를 무차별로 생산하던 유튜브 채널인 ‘탈덕수용소’.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7일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핵심 목표인 허위조작정보 근절에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를 두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학계·법조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구체적 적용 사례가 쌓여야 법적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행 초기 규제 모호성 등으로 혼선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허위 조작 판단, 목적성 입증 어려워”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법에 대해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가’다.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로, 조작정보는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 규정했지만 현장에 실제 적용하기엔 불명확하다는 것.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규제 대상이 넓고 용어가 모호해 일반 시민 입장에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언제 누구든 마음에 들지 않는 콘텐츠나 언론 기사 인용 게시물을 ‘허위 조작’으로 신고할 수 있고, 신고의 양이 많거나 판단이 애매한 경우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차단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최대 5배 가중 손해배상 요건인 ‘고의성’과 ‘목적성’을 따지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행위자는 해당 정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피해자는 행위자가 악의를 갖고 퍼트렸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고려대 교수)은 “허위, 조작이라는 정보 개념 자체도 그렇지만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또는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 등을 입증하는 것 역시 너무 어렵다”며 “과거 ‘미네르바 사건’ 때도 전기통신기본법상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공익, 허위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고 짚었다.

배상 책임과 과징금을 확대한 만큼 개정법이 ‘사이버 레커’ 등 허위 콘텐츠 유통을 억제하는 데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개정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가중 손해배상 제도가 일반 시민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인 등 권력자나 대기업이 아닌 일반 시민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커진 플랫폼 사업자 책임… 유튜브는?

영상 제작 공간을 제공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유튜브 스페이스’ 앞의 유튜브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결국 보다 넓은 피해 구제를 위해선 정보 삭제·차단, 수익화 제한 등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 정책과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법 시행에 맞춰 카카오와 다음,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플랫폼사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허위조작정보 신고 기능과 내부 처리 절차를 일제히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미국 국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해외에 없는 법을 유튜브가 적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비해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독려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플랫폼 자율 규제가 잘 이뤄지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인센티브를 주고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행정 규제 기관과 사업자 간 엇박자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위원은 3개월 계도기간을 제안하기도 했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초유의 길을 가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향후 다양한 논의가 공론장에서 성숙하게 수렴돼 법률 재개정이나 시행령 정비 등 추가적인 민주적 조치가 이어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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