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반대’ 동문 총궐기 앞두고… 해·공군 원로들도 우려
구현모 기자
MB 정부 때도 해군, 공군 반대로 무산
“해사, 공사 정체성·전문성 지켜야”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군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 공군 원로 사이에서도 전문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이번 주 총궐기 대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해군, 공군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면 정부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군, 공군 출신 원로들은 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관학교 통합에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정상화 전 공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 군이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미래상 없이 사관학교 교육 통합만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합 이유로 내세운 ‘합동성 강화’와 관련해선 “(임관한 장교 중) 사관학교 출신은 소수인데 그들만 합동성을 키울 것인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대학교’를 만든 뒤 1, 2학년에선 통합교육을 하고 3, 4학년 때 각 군별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방식을 두고 각 군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참모총장 출신의 또 다른 예비역 대장은 “공군사관학교도 4년 동안 공군만의 작전을 익힌 다음 병과별 교육을 진행한다”며 “이를 2년으로 줄인다면 수박 겉 핥기식으로 교육시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해군작전사령관·병무청장을 역임한 이기식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 이사장은 “합동성은 생도 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임관 후 자군의 정체성을 갖추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싸운다는 개념이 자리 잡힌 뒤 길러진다“면서 “건물로 비유하면 정체성이란 기둥이 세워진 다음 합동성이란 지붕을 덮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사관학교 통합의 실제 목적이 12·3 불법 계엄의 주축이었던 육사 내 카르텔 해체가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실제 사관학교 출신끼리 뭉치고 밀어주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에 육사 출신 예비역들은 육사 힘 빼기에 대한 반발과 현재 서울에 있는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통합을 반대하기도 한다.
반면 해·공군에서는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통합으로 인해 더욱 거대한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꼽기도 한다. 이기식 이사장은 “지금은 육사 출신들(의 카르텔)이 있어도 해사, 공사 출신들에 의해 견제가 될 수 있지만, 통합 사관학교가 만들어지면 더 큰 카르텔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해·공군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면 정부의 추진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관학교 통합 추진이 무산된 것도 해·공군 출신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통합 시 우수한 인재가 육군으로 몰리거나 육군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육사·해사·공사 총동창회는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그간 육사 총동창회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해사·공사 총동창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해군 예비역 중장은 “육사 총동창회는 육사 이전 반대 문제에만 골몰하는 측면이 있다”며 “해군 예비역 중에서도 각 사관학교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 구현모 기자nine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