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결국 10만 명 감원 추진…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
베를린=정승임 특파원
구조조정 규모, 애초 합의보다 2배 이상 늘어
GM 뛰어넘는 역대급 감원에 노조는 강력 반발
‘폭스바겐법’ 따라 노조와 합의 없이 강행 힘들어

9일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 앞을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그룹이 10만 명 수준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노조가 구조조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해당 안건이 사측 계획대로 이사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9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벨트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10만 명 감원과 독일 공장 4곳 추가 폐쇄를 골자로 한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사측은 앞서 2024년 실적 악화에 따라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고 국내 공장 2곳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후 감원 목표를 5만 명으로 늘렸다. 그런데 이번에 그 규모가 2배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선 감원 목표가 10만 명이 아닌 12만 명이란 보도도 나온다. 1991년 7만4,000명을 구조조정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는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사측은 츠비카우·엠덴·하노버 공장과 네카르줄름에 있는 아우디 공장의 생산을 2034년까지 차례로 중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 4곳에 근무하는 인력만 약 4만 명에 달한다. 일부 시설을 방산업체에 매각하고, 자동차 생산은 인건비가 싼 동유럽 공장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메 CEO는 올 3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 등을 통해 “유럽에서의 높은 비용 구조, 무역 정책의 변화, 세계 각국의 막대한 규제, 지역 시장 상황으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사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도입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높은 관세로 폭스바겐의 연간 손실액은 50억 유로(약 8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미국에 공장이 없는 아우디와 포르쉐의 타격이 컸다. 한때 폭스바겐의 최대 단일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올 1분기 판매량이 20% 감소한 것도 악재였다.
노조, 역대급 감원 예고에 반발

9일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확성기를 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2년 전 구조조정에 동의했던 노조는 역대급 구조조정안에 강력 반발했다. 폭스바겐 노동자가 속한 IG메탈(금속산업노조)은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 본사를 비롯해 전국 사업장 12곳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본사에 모인 500여 명의 시위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싸우자’는 플래카드를 들었고, 일부는 경적과 사이렌을 울리며 건물로 향했다. 츠비카우 공장 앞에 모인 수백 명의 직원도 “이 공장은 우리 의사에 반해 폐쇄될 수 없다”며 “우리는 이 공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은 구조조정안이 노조와 타협 없이 이사회를 통과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주와 노동자 대표 각 10명씩 구성된 폭스바겐 감독이사회가 합의 없이 표결로 의사를 결정한 사례가 드문 데다, 현재 주주 측 1명이 결원이라 표결에 부치더라도 사측이 불리하다. 1960년 민영화 당시 만든 일명 폭스바겐법(자동차 제조업체를 적대적 인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 역시 공장 이전과 신축 등 주요 의사 결정에 감독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 베를린=정승임 특파원choni@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