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유세서 20분간 ‘연못 자랑’한 트럼프… 민생 외면하고 자화자찬
1시간 연설 중 선거 얘기는 10분
민주당 후보를 “지하디스트”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 링컨기념관 연못에서 중간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한복판 링컨기념관 앞 ‘리플렉팅 풀(반사연못)’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대면 유세는 악화된 민심과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특히 민주당 후보를 ‘공산주의자’,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라고 칭하며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했다.
“사탄의 집 부르는 세력”… 무슬림 낙인찍고 결집 유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한 연설에서 “중간선거 하루 전이다. 우리 생애에 가장 중요한 중간선거”라며 “민주당은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이고 위험한 후보들을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는 배당금 구상을 거듭 약속하는 한편, 미시간주 상원에 출마한 무슬림 후보 압둘 엘사예드를 겨냥해 “우리는 미국을 ‘신의 집’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사탄의 집’이라 부른다. 미국을 사탄의 집이라 부르는 이들을 원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민주당을 사탄의 세력에 빗대, 지지층의 공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정작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불안에 대한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연설 중 초반 20여 분을 연못 바닥의 화강암과 청색 페인트칠, 누수 배관 수리와 버뮤다 잔디 식재, 녹조 제거 등 자신이 주도한 수도 미관 정비 사업을 장황하게 자랑하는 데 할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에서 중간선거 막판 유세를 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시간 중 20여 분 배관·페인트 타령… 선거 얘기는 10분
트럼프 대통령은 커다란 반사연못 사진을 들어 보이며, 새로 설치한 기포 발생 장치와 배관, 조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설명하는 한편 기물 파손범들이 연못을 훼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 칠한 페인트가 “특히 해가 떠 있을 때 빛을 아주 잘 반사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자신이 추진하는 다른 공사의 진행 상황도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이 일에 직접 관여하기로 했고 우리가 정말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서없는 연설을 시작한 지 26분이 지나서야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마지막 날”이라며 중간선거로 화제를 돌렸다. 중간선거 관련 발언은 10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링컨기념관 상징 무대서 행정 난맥상만 노출
그는 심지어 알링턴 브리지 인근 로터리에 드론과 저격수 배치 기능을 갖춘 거대한 ‘개선문 군사 복합체’를 짓고 대중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늘어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은 강력한 선거 메시지를 원했지만 트럼프는 반사연못 이야기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링컨기념관과 반사연못은 1963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미 민주주의와 통합의 상징 공간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추진된 보수 공사는 잦은 지연과 녹조 발생, 바닥 페인트 박리 현상으로 부실 시공 논란을 빚어왔다. 치적을 자랑하려던 무대가 역설적으로 행정력의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 워싱턴=김현빈 특파원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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