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떨어진다’에 베팅했는데… 개미 덮친 ‘곱버스’ 상폐 공포

개미들 이달 곱버스 2300억 베팅
가격 100원 초반 내려앉으며 ‘패닉’
상폐 없다지만 괴리율 확대 우려↑

코스피가 장중 7860.95포인트를 돌파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저점 같아서 추매(추가 매수) 하는데, 100원 아래로 떨어져 상폐(상장폐지)되면 어떡하죠?”

중동 사태로 큰 조정을 겪었던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특히 하락할 때 수익률이 2배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100원 초반대까지 밀리자, 상장폐지 공포가 투자자들을 덮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4거래일(4~8일) 동안 개인투자자가 세번 째로 많이 산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순매수 규모는 2,427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7,000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7,800선까지 오르며 8,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증시가 고점에 근접했다고 보고 하락에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인버스) ETF에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넓히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000억 원에 육박한다.

증시 랠리가 이어질수록 곱버스 가격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마이너스(-)43%에 달한다. 이날도 10% 넘게 하락하며 장중 한때 108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곧 100원선이 깨져 상폐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 상장된 미래에셋·KB·삼성·신한투자증권의 ‘인버스 2X 코스피 200 선물’ ETN 4종이 상장폐지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제153조)에 따른 것이다. ETN은 시장가격이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조기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ETF는 ETN과 달리 가격이 낮아졌다고 곧바로 상장폐지되지는 않는다. ETF의 상장폐지 요건은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지는 경우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순자산총액이 9,3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상장폐지 기준인 50억 원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ETF 가격이 100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매수·매도 호가 간격(스프레드)이 급격히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단위 자체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1원 차이만으로도 변동폭이 커져 괴리율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매수호가가 100원, 매도호가가 101원일 경우 단 1원 차이에도 호가 스프레드는 1% 수준까지 벌어지게 된다.

시장에선 호가 공백과 괴리율 확대를 막기 위해 액면병합 등을 통한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관련 규정이 없어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인버스 급락에 따른 괴리율 확대 문제를 어떻게 풀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개인투자자의 단타 투자가 과열 수준에 이르렀다며 리스크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1.48%로 미국 S&P500(0.22%)의 6.7배, 일본 닛케이(0.37%)의 4배 수준에 달한다.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