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도착 후 30분 안에 CT 찍고 1시간 안에 시술 시작”

변태섭 기자

[강동경희대병원 뇌졸중 전담 스마일팀]
1분 1초가 뇌 살린다… 골든타임 사수
응급 환자 오면 30분 내 의료진 집결
급성 뇌경색 환자는 가능한 모두 치료
혈액검사, 뇌 촬영 일반 응급보다 먼저

편집자주

한 사람의 명의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의료 현장은 이제 ‘협진’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환자 한 명을 위해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방식은 미래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보는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고자 진료실 벽을 허물고 있는 치열한 협진 현장을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스마일팀의 노경철(왼쪽부터 시계방향) 신경과 교수, 류창우 영상의학과 교수, 이일형 신경과 교수, 이학영 신경과 교수, 신희섭 신경외과 교수가 환자 영상을 보며 진료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올해 초 70대 여성 A씨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방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쿵” 하는 소리를 들은 가족에게 발견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평소 앓던 부정맥 때문에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은 것이었다. 오른쪽 마비와 함께 다른 사람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도 왔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뇌혈관이 막힌 것을 확인한 뇌졸중 치료 전담 ‘스마일(SMILE)’ 팀은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동시에 환자를 혈관조영실로 옮겨 혈전제거술을 했다. 혈전제거술은 혈관을 막은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해 혈류를 회복시키는 응급 치료법이다. 스마일팀의 신희섭 신경외과 교수는 “시술 후 마비 증세가 점차 나아진 환자는 언어 기능도 회복됐고, 다음 날에는 중환자실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진단, 투약, 치료 준비 거의 동시에”

뇌졸중은 생명을 위협하고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는 대표적인 중증 응급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급성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출혈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 손상이 가중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스마일팀은 ‘환자가 도착한 뒤 30분 이내 CT 촬영, 1시간 이내 시술 시작’이 목표다. 신 교수는 “치료 시점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영상 검사를 언제 시행하느냐와 뇌혈관 시술팀이 언제 모였는지”라며 “촌각을 다투는 질환인 만큼 야간이나 주말에도 응급 환자가 내원하면 30분 안에 의료진이 집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1분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간호사 구분 없이 병원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의료진이 수술 장비를 준비한다.

스마일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뇌졸중 관리와 치료’(Stroke Management and Intervention with Leading Experts)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이름으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가 미소 지을 수 있는 치료 결과를 지향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팀에는 응급의학과와 신경과, 영상의학과, 신경외과가 참여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의학과가 신속히 뇌졸중 여부를 선별하고, 신경과가 혈전용해제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동시에 신경외과와 영상의학과 등 막힌 혈관을 재개통할 의료진에게 연락해 치료를 준비한다. 신 교수는 “이런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다”며 “이송 시간 역시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급성 뇌경색이 의심되는 환자는 가능하면 모두 수용해 치료하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베스트'(BES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응급 뇌졸중 치료로 뇌를 위험에서 구한다’(Brain salvage through Emergent Stroke Therapy)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급성 뇌경색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의료진이 전산 시스템에 ‘BEST 알람’을 띄운다. 그 환자는 진찰과 혈액검사, 뇌 CT 촬영을 일반 응급 환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다.

진료과 간 미세한 판단 차이도 줄인다

시술실 안에서도 협진이 실시간 이뤄진다. 환자의 초기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한 신경과 교수가 시술장에 함께 들어가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영상의학과·신경외과 교수와 의견을 나누며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다. 신 교수는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검토하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르고 정확한 뇌졸중 응급 대응을 위해 영상 검사와 약물 투여 방침 표준화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여러 진료과가 동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미세한 판단 차이까지 줄이겠다는 취지다.

스마일팀은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는 의료진의 협진만큼이나 보호자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식이 없거나 마비가 온 환자에게 청심환을 먹이는 것은 기도를 막아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며 “평소 복용하던 항혈전제를 임의로 투여하는 행위도 뇌출혈 환자의 지혈을 방해해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뇌졸중 환자가 구토를 할 경우엔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눕혀 기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으로 이송할 때는 증상이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하고, 평소 복용하던 약의 목록이나 약 봉투를 함께 가져오는 것이 골든타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신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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