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항 검문에서 휴대폰 초기화당한 미국인…”프로그램으로 증거 인멸” 첫 기소
김민호 기자
해외에서 귀국하던 미국인
당국이 휴대폰 잠금 해제 요구하자
삭제 코드 알려줘 자동 초기화
“증거 인멸” vs “개인정보 보호”

여객기가 2024년 11월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조지아=EPA 연합뉴스
미국인이 미국 공항에서 검문을 받던 중 휴대폰 정보를 삭제했다가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이 휴대폰을 압수하겠다며 잠금 해제를 요구하자 비밀번호 대신 삭제용 코드(위급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코드를 입력하자 휴대폰 화면이 까맣게 변하더니 저장된 정보가 순식간에 지워진 것이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애틀랜타 주민 사무엘 튜닉을 사법 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전날 법정에 세웠다. NYT는 휴대폰 자동 초기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적용한 기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배심 기소장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1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튜닉을 검문해 휴대폰 잠금 해제를 시도했다. 문제는 튜닉이 휴대폰에 특별한 운영체제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이 운영체제는 잠금 화면에 코드를 입력하면 물리적 손상 없이 디지털 정보만 완전히 초기화한다. 당국과 튜닉 가운데 누가 코드를 입력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당국이 휴대폰 속 정보까지 압수했는데 튜닉이 이를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여행객이 입국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미국 영토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장이나 법원 명령 없이도 여행객의 디지털 기기를 수색하고 압수할 권리가 당국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튜닉 변호인단은 당국이 튜닉을 불법 구금했다고 주장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튜닉을 ‘캅 시티 반대 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테러 의심 활동 감시 목록에 올린 상태였다. 애틀랜타에서는 숲을 훼손하고 경찰을 군사화한다는 이유로 지역 내 경찰 훈련 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운동이 진행 중이다.
가디언은 해당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스페인에서 경찰이 사용자 일부를 마약상이나 조직범죄자로 가정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크리스토프 부트리는 “(이번 기소는) 사용 목적이 기본적으로 범죄에 있다고 본 것”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 김민호 기자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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