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뒤집어 봐”… 벨기에 축구팀, 美 격파 후 트럼프 저격
이현주 기자
4-1로 미국 꺾고 8강 진출 성공하자
트럼프의 ‘발로건 구하기’ 우회 비판

벨기에 축구대표팀이 7일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4-1로 격파한 뒤 엑스(X)에 게시한 사진과 글. “이것도 뒤집어 봐(Overturn this)”라는 문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선수 출전 정지 유예에 개입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벨기에 축구대표팀 X 계정 캡처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완파한 벨기에 축구대표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골잡이 선수의 출전 정지를 막으려 ‘징계 유예’를 이끌어낸 것을 공개 저격한 것이다.
벨기에는 7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4-1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징계 유예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은 이날 선발로 출전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치러진 미국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상대편 선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원칙대로라면 16강전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피파는 발로건에게 내려진 ‘다음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돌연 1년간 유예한다고 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을 선처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센 파장이 일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에 오른 벨기에 출구대표팀이 7일 엑스(X)에 “8강전이 부른다”며 올린 게시물. 글 말미에 전화기 이모티콘이 첨부돼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축구 선수의 출전 정지를 유예하기 위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건 일을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벨기에 축구대표팀 X 계정 캡처
벨기에 대표팀은 미국에 압승을 거둔 뒤, 공식 엑스(X) 계정 ‘Belgian Red Devils’에 경기 결과를 알리면서 “이것은 ‘사커(Soccer)’가 아닌 ‘풋볼(Football)’이라고 불린다”고 적었다. 축구의 미국식 영어 표현인 ‘사커’를 부정함으로써 ‘미국 패배’를 넌지시 강조한 것이다. 또 벨기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의 골 세리머니 사진에는 “이것도 뒤집어 봐(Overturn this)”라는 문구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발로건의 징계 결과가 유예된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미국을 겨냥한 ‘풍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8강전을 예고한 게시글에는 “8강전이 부른다”는 문장의 끝에 전화기 이모티콘을 첨부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찬스’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 이현주 기자memor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