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멈춘 ‘거북선 퍼레이드’… 필라 한인회, 후원금 결산 과제 남았다
필라평통 이봉행 회장 제공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한인사회 대규모 퍼레이드가 폭염으로 전격 취소되면서, 수개월 동안 준비에 나섰던 지역 한인사회가 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거북선 제작과 운송, 공연단 구성, 참가 단체 동원 등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 취소 이후 후원금 사용 내역과 사후 처리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필라델피아한인회가 주관해 미국 독립기념일과 건국 250주년을 맞아 한인사회의 위상과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추진됐다. 한화오션 협력업체인 S-one이 부산에서 제작해 미국으로 운송한 거북선을 선두로, 조선시대 군사 행렬, 취타대, 태권도 시범단, 전통무용단, 꽃차 퍼레이드 등 2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문화 행진이 계획됐다.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민주평통 필라델피아협의회, 대남부뉴저지한인회, 필라노인회, 몽고메리카운티노인회, 재미동중부한국학교협의회, 미주한국문화재단, 박선영전통무용단 등 지역 주요 단체들도 참여를 준비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계속된 위험 수준의 폭염으로 참가자와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퍼레이드는 취소됐다. 이에 따라 거북선 행진을 비롯해 한인사회가 준비한 공연과 시범, 문화 행렬은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안전을 고려한 취소 결정 자체는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동포사회와 기업, 단체의 후원으로 추진된 행사였던 만큼, 한인회가 총예산과 실제 지출액, 잔여금, 제작물 활용 방안 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의 상징물로 준비된 거북선은 제작과 운송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거북선이 현금 후원으로 제작됐는지, 기업 또는 기관의 물품·서비스 후원으로 지원됐는지, 운송과 보관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지 등은 아직 동포사회에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행사가 취소된 만큼 거북선이 현재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향후 광복절 행사나 한국문화축제, 지역사회 전시 등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후원금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이번 퍼레이드는 여러 단체와 동포들의 협력으로 추진된 만큼, 한인회는 행사 준비 과정에서 모금된 후원금 총액, 항목별 지출 내역, 환불 가능 금액, 남은 잔액, 향후 사용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후원금은 단순한 내부 운영비가 아니라 동포사회의 신뢰가 담긴 공적 성격의 자금이다. 따라서 행사가 무산된 상황에서는 더욱 투명한 결산과 보고가 요구된다.
사전 대응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폭염은 행사 당일 갑자기 발생한 돌발 상황이라기보다 사전에 예보된 위험이었다. 한인회가 폭염 예보를 언제 인지했는지, 행사 축소나 시간 변경, 실내 대체 행사, 참가자 안전대책 등을 검토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2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형 퍼레이드였던 만큼, 물 공급, 휴식 공간, 응급 대응, 고령 참가자 보호 대책 등이 어느 정도 준비됐는지도 동포사회가 알아야 할 부분이다.
한인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참여한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경택 대필라델피아한인회장은 폭염으로 퍼레이드는 취소됐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함께한 모든 이들의 열정과 헌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거제시, 한화오션, S-one, H마트, 영사관 관계자, 참가 단체, 공연단, 자원봉사자, 필라델피아 인근 동포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감사 인사만으로 이번 사안을 마무리하기에는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행사가 취소된 것은 안전상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한인사회가 모은 후원과 시간, 노동, 기대가 투입된 만큼 한인회는 책임 있는 사후 보고에 나서야 한다. 총예산은 얼마였는지, 실제 지출은 얼마였는지, 거북선과 행사 물품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남은 후원금은 어떤 절차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일은 단순한 행사 취소가 아니다. 한인사회 공공단체가 대형 문화행사를 추진할 때 예산을 어떻게 세우고, 위험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며, 후원자와 동포사회에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인사회의 단합과 열정이 빛났다는 평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 열정 위에 투명한 회계와 책임 있는 사후 처리가 함께 세워져야 한다.
<양연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