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투자, 소형원전 사고 시 배상 책임 논란에 교착”
도쿄=류호 특파원
미 SMR 건설 사업 자금 집행 피하는 일본
향후 원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두고 이견
美 구두로 “日 책임 없어”… 문서화 바라는 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도쿄 아카사카 이궁에서 미일 무역 협정에 서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5,500억 달러(약 806조 원) 규모 대(對)미국 투자’ 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이 사고 책임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측은 투자 내용을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SMR 사업에 대한 자금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테네시·앨라배마주(州) SMR 건설 사업을 포함한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2차 대미 투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난항을 겪는 이유는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 측은 미국 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해당 사업에 자금을 지원한 일본 금융기관까지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경험에 따른 불안감이 아직 큰 것이다. 일본 법률상 사고 발생 시 원전 운영 사업자가 사고 책임을 진다. 반면 미국은 발전소 소유주 등 여러 주체가 책임을 분담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경주=정다빈 기자
미국 측은 “일본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은 없다”며 일본 측을 설득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일본은 원전 운영 주체가 아닌 투자자라 법적으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직접 일본 측에 “이 사업과 관련해 일본은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구두로 전했다. 다만 이 내용은 법적 효력을 지닌 문서로는 작성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이 내용을 문서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국은 문서화할 경우 양국 간 규제를 둘러싼 협의에 최소 수개월이 걸리므로 빨리 구두 합의로 끝내고 싶어 한다고 FT는 전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 일본 측 관계자는 FT에 “어떤 방식으로 (사고 책임에서) 면책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원전 사업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다른 투자 사업 이행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FT는 “이번 교착 상태는 일본의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하는 데 새롭게 등장한 장애물”이라며 “최근 수개월 동안 미국 측이 제안한 사업을 일본 산업계 여러 기업이 거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은 2월 가스 화력발전, 원유 수출 인프라 정비,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공장 건설 등을 담은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3월에 SMR과 구리 정련 제조 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2차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양국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3차 투자 방안 발표를 목표로 협의 중이다. 3차 프로젝트에는 반도체 공장과 원유·가스 수출 터미널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도쿄=류호 특파원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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