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자금 이용해 걸프국가에 재건비용 지급 검토”
이정혁 기자
“재무장관, 걸프 연안국 피해 수치화하라 지시”
“자금동결 해제, 신뢰의 표시”라던 이란 반발할 듯

쿠웨이트 국제공항에서 3일 이란 공습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인해 공항 지붕에 화염이 치솟고 있다. 쿠웨이트 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한 모습. 쿠웨이트 민간항공청 제공
미국이 페르시아만(걸프) 연안 동맹국들에 이란 자금으로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은 동결자금의 온전한 해제를 종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이란이 원치 않는 곳에 비용이 쓰일 경우 향후 대화 분위기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란이 초래한 걸프 연안 국가 내 피해를 복구·수리하는데 이란 자산을 재배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를 주도하며 이란이 걸프 국가에 입힌 피해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파괴에 대해서도 이란의 자산을 활용해 복구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역외 동결 자금은 종전 협상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을 맡고 있는 모흐센 레자이는 5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해야만 한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를 원한다면 (미국이 동결 중인) 이란 자산 240억 달러(약 37조 원)는 ‘신뢰의 시험대’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대화에 앞서 자금 동결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조사 중인 이란 정부 자산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동결된 자산만 보상금 지급에 사용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이란 자산에 대한 압류 위협은 이미 불안정한 휴전협상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카드 중 하나로 이와 같은 방안을 꺼내들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미국은 이란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이유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시행한 대(對)이란 제재가 큰 효과를 본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협상에 앞서 자금 제재가 해제될 경우 협상력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이정혁 기자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