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 파이프라인, 발사체 공격 받아 폐쇄… 공격 배후 불분명

곽주현 기자

이라크서 날아온 드론 소행… 이라크측 “규탄”
동서 송유관, 호르무즈해협 주요 우회 수단
예멘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 장악 시도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쪽 동서 파이프라인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파이프라인 시스템이 미상의 발사체 공격을 받아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공격은 이라크에서 날아왔지만 배후는 불분명한 상태다.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에 이어 육로도 위험해지면서 사우디 석유 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주요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이 공격을 받으면서 예방 조치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여러 차례에 이어진 공격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송유관을 확보하고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송유관 바로 옆에 위치한 펌프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초기 분석 결과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이 범인이었다. 그러나 이라크는 사우디의 주요 우호국 중 하나다. 베남 벤 탈레블루 민주주의수호재단(FDD)는 CNN에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대들이 과거에도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를 공격한 적 있다”며 “이번에도 이란이 대리 세력을 이용해 아랍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을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정부는 11일 국영통신사 INA를 통해 “형제 국가인 사우디를 겨냥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양국 간의 뿌리 깊은 형제애적 관계를 훼손하는 어떠한 공격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후 이라크 총리실은 군 지휘관 한 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라크 총리의 요청에 따라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PBC가 제공한 사진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남동쪽에 위치한 동서 파이프라인 기반 시설이 폭격 피해를 받기 전인 9월 6일(위) 위성 사진과 화재로 손상된 후인 11일 위성 사진. AFP 연합뉴스

공격의 타깃이 된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막힌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었다. 동쪽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모여있는 생산 시설에서 생산한 석유를 길이 1,200㎞에 달하는 송유관을 통해 서쪽 홍해 연안으로 보내 수출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이 송유관을 통해 수송된 석유는 하루 400만~500만 배럴이었으며, 이는 전세계 공급량의 4~5%에 달한다.

최근에는 홍해 수출 항로도 위험에 처했다. 예멘의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아덴만 쪽으로 나오는 좁은 통로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장악하려 시도하면서 사우디 선박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의 주요 지지 세력으로, 예멘 내에서 후티와 적대관계를 맺고 있다. 후티는 11일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에 도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사우디의 원유 공급량이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던 선박들을 공격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4.61달러에,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0.05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100달러 선을 넘어 마감한 것은 5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는 “후티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들의 후원국인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며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두 번째 주요 에너지 수송로를 통한 공급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유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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