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 주택시장, ‘매수자 우위’ 조짐
매물 장기화·가격 인하 확대… 필라델피아는 계약 소폭 증가
펜실베니아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 매도자 중심 일변도에서 다소 벗어나며 매수자에게 숨통이 트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높은 모기지 금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물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을 낮추는 주택도 늘면서 협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택시장은 올봄 들어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4월 초 기준 전국 주택 매매 계약은 1년 전보다 2.4% 줄어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주택 구입자의 월 상환 부담도 커졌고, 이에 따라 매수자들이 서두르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펜실베이니아 역시 예전 같은 강한 매도자 시장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값 자체는 아직 큰 폭으로 밀리지 않았지만, 거래 성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가격을 내려 내놓는 매물도 늘고 있다. 판매자에게 완전히 불리한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일방적 우세는 누그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적으로 보면 주택이 계약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51일로 늘어났다. 이는 같은 시기 기준으로 팬데믹 이전 이후 가장 더딘 수준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간 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약 2% 올라 39만3천 달러 수준을 기록해, 가격은 버티고 있지만 거래 속도는 늦어지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 인하 매물 증가다. 전체 매물 가운데 약 34%가 한 차례 이상 가격을 낮춘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이 시기 기준으로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수요가 예전만 못하자 판매자들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고, 그만큼 매수자들의 협상 여지도 넓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필라델피아 지역은 전국 흐름과 비슷하면서도 일부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드핀 자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는 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8% 늘어나 증가세를 보인 소수 대도시권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다만 이 지역 역시 가격 인하 흐름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권 매물의 약 34.7%가 가격을 낮춘 것으로 집계됐고, 평균 인하 폭은 8.5%, 금액으로는 4만2천 달러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단순한 집값 하락 신호로만 보기보다는 시장의 균형이 다시 조정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인하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나는 반면, 공급이 여전히 넉넉하지 않은 북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시장은 높은 대출금리, 구매력 약화,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전환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봄철은 통상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거래 둔화와 가격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매수자가 예전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