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대표단 카타르로…회담 재개·호르무즈 주도권 놓고 신경전

김소희 기자

30일 카타르에 미·이란 대표단 파견
이란 “MOU 이행이 먼저” 회담 부인
‘협상 지렛대’ 호르무즈 개입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동차 수리 관련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양국 간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무 회담을 재개할 경우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후속 협상의 선결 조건인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타협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양측은 무력 공방을 멈추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면서도 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엇갈린 신호를 보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단 보냈지만…미·이란 직접 회담 불투명

미국 CNN방송은 이날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도하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도하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국은 도하에서 고위급 회담과 병행해 실무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도하 회담’ 일정을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도하 회의가 중요할 수도(perhaps important) 아닐 수도 있다”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반면 이란은 손사래를 쳤다. 이란 대표단이 이번 주 도하에 방문하는 건 맞지만,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며 미국과의 어떤 회담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표단의 방문 목적은 MOU 제11조(이란 동결 자금 해제) 이행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줄곧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 대(對)이란 제재 해제 등 조항이 실현되어야만 종전을 위한 최종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선언해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며 “합의 의무는 쌍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선을 그었지만, 양국 대표단이 동시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접촉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과 이란의)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회담은 호르무즈해협 관리와 긴장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이란 당국자는 양측이 7월 1일 중재국인 카타르 및 파키스탄과 각각 따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통제권 쥔 이란, 강경 모드 유지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29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하이탐 빈 타리크 오만 술탄을 맞이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해협이라는 카드를 잃는다는 건 전쟁 이전의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란은 이날 오만과 호르무즈해협 공동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공동의 이해’에 도달했다며 서비스 요금 징수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실제로 해협 관리에 외부 국가가 개입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만 등과 함께 기뢰 제거에 협력하겠다고 밝히자,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은 엑스(X)에 “기뢰 제거는 오직 이란에 의해서만 수행될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어 프랑스를 향해 “도발적인 언사로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오만 연안을 이용한 대체 항로 이용 시 차단할 것이라 경고하면서 긴장이 이어지자 해협 내 선박 통항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28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2척으로 미국과 이란의 잇단 군사 충돌 이전(24일·70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호 공격 중단에 합의한 이후인 29일에는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하는 유조선, 벌크선 등 약 24척의 원자재 운반선이 호르무즈해협을 양방향으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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