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량 회복” 이란 “해협 완전 봉쇄”… 호르무즈 놓고 신경전

워싱턴=김현빈 특파원

미·이란 동시에 ‘아전인수’식 공방
여론 전환, 협상력 높이려는 시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한 상선들 위로 해가 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6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놓고 거센 기싸움을 벌였다. 양국 모두 실질적 해협의 통제권을 주장하며 내부 결집을 꾀하고, 향후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트럼프해협’ 또 올리고, 원유량 정상화 주장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올렸다. 지도에는 호르무즈해협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그 위에 ‘새로운 미국 영토(NEW U.S. Territory)’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과 23일에도 같은 지도를 게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호르무즈해협(Hormuz Strait)의 이름을 ‘트럼프해협’(TRUMP STRAIT)으로 바꿔야 할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을 통해 이란의 석유 수출이 전쟁 직후 급감했다는 내용의 그래프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이 전쟁 전 수치(하루 2,000만 배럴)로 회복한 하루 1,800만 배럴에 달한다는 주장이 담긴 이미지도 게시했다. 다만 이는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해양 분석 업체 탱커트래커스를 인용해 보도한 호르무즈해협의 현재 하루 평균 석유 물동량(670만 배럴)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미국 CNN방송과 폭스뉴스 등에 잇따라 출연해 “많은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고 이를 위해 미군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란이 여전히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미 해군이 싸움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의약품 가격 관련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 이란도 통제권 우위 노골적 강조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움켜쥐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이란도 마찬가지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열려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현재 해협은 완전히 봉쇄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하루 100척 이상의 선박이 1억 톤 이상의 화물을 실어 날랐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7, 8척만이 이란을 위한 필수 물자를 수송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군과의 교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48시간 전 사상 처음으로 미 군함 상공으로 이란산 특수 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며 “이 미사일이 미국인들에게 공포를 안겼고 그들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양국 모두 탈출구 없어, 향후 협상 우위 서려는 시도

양국이 호르무즈해협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대내적 여론전이자, 향후 본격화할 종전 협상에서 지분을 극대화하기 위한 샅바싸움의 성격이 짙다. 미국도 이란도 이 전쟁을 자력으로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향후 종전 협상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르담대 유진 골츠 교수는 NYT에 “해협은 완전히 닫힌 것도,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없고 미국 역시 완전히 열어젖힐 수 없다”고 짚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노암 레이단 선임연구원도 “이란의 목표는 해협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력을 유지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미국#미군#트럼프#종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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