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짜리 ‘싸구려 미사일’에 러 공장 초토화… 전쟁 판 바꾸는 ‘초저가 무기’ 경쟁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무기로 보는 미래]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미사일. 러시아는 동맹국 벨라루스에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을 배치해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전후로 유럽에서 ‘러시아 위협론’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NATO 국가들은 연일 러시아 침공 임박설을 흘리며 군비 증강을 외치고 있고, 일부 러시아 접경 국가는 미국·프랑스에 유사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핀란드 등 일부 국가는 법까지 고쳐가며 프랑스와 전술핵 배치 협정까지 맺었다. 당연히 이에 반발한 러시아도 핵무기로 NATO 국가들을 위협 중이다.
러시아가 유럽에 핵 위협을 가할 때 자주 들고 나오는 카드가 바로 미사일이다. 러시아는 동맹국 벨라루스에 이스칸데르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으며, 유사시 이들 전력으로 유럽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공장…우크라이나 공격에 잿더미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향해 수백 발 발사된 사거리 500~600㎞의 탄도미사일로, 종말 단계에서 회피 기동이 가능해 서방 세계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선전되는 무기다. 오레슈니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제작된 최신형 극초음속 무기로, 여러 개의 핵탄두를 여러 개의 도시에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는 전략무기로 소개됐다.
그런데 어쩌면 러시아는 당분간 이 미사일을 가지고 유럽을 위협하는 것이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이 미사일들을 만드는 생산 공장이 우크라이나의 염가형 순항미사일에 잿더미가 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플라밍고 미사일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 볼고그라드 미사일 공장. 우크라이나군 공개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하르키우 전선에서 직선거리로 약 620㎞ 떨어진 러시아 볼고그라드 주민들은 지난 6월 27일 아침,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항공기 1대가 도심을 가로질러 볼가강 인근의 공업단지로 날아가 공장 한 곳에 그대로 내리꽂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첫 번째 폭발 불과 몇 초 뒤, 또 하나의 항공기가 날아와 같은 공장 다른 건물을 때렸고, 엄청난 폭발과 화재가 관측됐다.
공장을 강타한 비행체는 길이 14m, 날개폭 7m로, 길이 13m에 날개폭이 9.4m 조금 넘는 우리나라의 FA-50 전투기와 비슷했지만, 항공기가 아니라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의 정체는 우크라이나가 소련 시절 개발된 장거리 정찰용 무인기 Tu-141을 참고해 만든 대형 순항미사일 FP-5 ‘플라밍고’다. 미사일이지만 전투기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무기는 사거리 3,000㎞, 발사 중량은 무려 6톤 이상이고, 탄두도 1.15톤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괴물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탄두가 450㎏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이 미사일 2발을 맞은 공장은 문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플라밍고 미사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피격된 공장은 러시아 국영 미사일 제조 업체인 타이탄-바리카디 시설이었다. 11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공장은 러시아의 주력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S-24 ‘야르스’와 앞서 소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슈니크’, 전술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의 최종 체계 통합 공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피격 후 공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현지 소방당국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분석해 보면, 거대한 공장 2개 동 내부가 그야말로 ‘평탄화’됐다. 엄청난 위력의 탄두가 터지면서 그 폭압으로 공장 내부가 대파된 것이다.
러시아 생산 공장 초토화한 플라밍고 미사일은 싸고 단순한 저가형
러시아의 전략 미사일 생산 시설을 초토화한 우크라이나의 플라밍고 미사일은 1발에 50만 달러(약 7억 6,000만 원) 수준이다. 방산업계와 군사 전문가들의 그간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순항미사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미국의 토마호크(사거리 1,600㎞·탄두 450㎏)는 250만 달러(약 37.8억 원) 수준이고, 유럽의 MdCN(사거리 1,000㎞·탄두 250㎏)은 248만 유로(약 42.9억 원), 서방제보다 싸다는 러시아의 Kh-101(사거리 3,500㎞·탄두 400㎏)조차 1억 5,000만 루블(약 30억 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수준의 가격이다.
플라밍고 미사일은 생산성도 충격적이다. 미국이 지난해 1년 동안 생산한 토마호크 미사일은 90발이고, 이번 회계연도 중 출고될 토마호크는 110발이다. 제조사인 레이시온은 수년 내에 연간 1,000발의 토마호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그러한 생산 능력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예정이다. 미국이 최근 대량 확보에 나선 신형 스텔스 순항 미사일 JASSM-ER은 지난 2년간 집중적인 설비 확장 덕분에 올해 389발 납품이 예정됐고, 내년부터 연간 500발 이상 생산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군은 이 물량으로는 작전 소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가 지난 2002년 시험 비행하는 모습. 토마호크 미사일의 연간 생산량이 100발 정도인데 반해 우크라이나의 저가형 플라밍고 미사일은 매달 90발씩 생산할 수 있다. 미 해군 공개 사진
그런데 플라밍고는 매달 90발씩 만들어진다. 그것도 러시아의 공습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이 미사일 생산 설비를 더욱 확장 중이고, 올 연말까지 월 210발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매년 2,520발을 찍어내겠다는 말이다.
플라밍고는 무식하게 크지만, 구조가 단순하고 제조 공정이 간소화돼 있다. 이 미사일은 훈련기나 소형 항공기 탑재용으로 대량 보급된 구소련제 AI-25 터보팬 엔진을 중고로 구매해 동력원으로 쓰고 있고, 최근에는 그 복제·개량형을 자체 생산해 사용 중이다. 탄두는 서방 국가들이 대량 지원한 Mk.84 항공 폭탄을 개조해 넣었고, 동체는 값싼 유리섬유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이 미사일에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유도장치가 들어가지만, 지형을 추적해 초저공 비행이 가능한 *지형대조항법(TERCOM)·디지털 영상대조항법(DSMAC) 같은 복잡한 유도장치는 없다.
TERCOM·DSMAC
순항미사일에 사용되는 유도장치의 일종. TERCOM은 미사일에 장착된 전파 고도계로 지면을 스캐닝해 유도장치 메모리에 사전 입력된 미사일 경로상 디지털 지형 고도 지도와 대조하며 위치를 확인, 보정하는 방식이다. DSMAC은 미사일 유도장치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지형을 사전에 입력된 미사일 경로의 위성사진과 대조하며 위치를 확인·보정하는 방식이다.
이 미사일에 적용된 장치 중 그나마 ‘첨단’이라고 할 만한 것은 러시아의 GPS 재밍에 대응하기 위한 CRPA 안테나 정도인데, 플라밍고는 이 안테나도 민수용을 쓰고 있다. 매일 러시아의 공습을 얻어맞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생산 설비에서,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민수용 부품들을 긁어모아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는 ‘싸구려 미사일’에 주요 전략 시설이 연달아 터져 나가고 있으니, 당하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국도 ‘러스티 대거’ ‘바라쿠다’ 저가형 미사일 만들어 우크라이나 지원
그런데 플라밍고가 끝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6월 말부터 미국이 공급한 또 다른 저가형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때리고 있다. 6월 22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직선거리로 약 190㎞ 떨어진 러시아 보로네시에 있는 반도체 공장이 미사일에 피격됐다. 이 반도체 공장은 러시아의 Kh-101 순항미사일 유도장치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시설이었는데, 러시아는 피격 현장에서 수거한 미사일 부품에서 ‘존 5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 이름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3,350발을 제공하기로 한 장거리 공격용 탄약(ERAM) 중 한 종류인 AGM-188A ‘러스티 대거’를 만드는 업체다.

저가형 순항 미사일 러스티 대거. 존 5 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러스티 대거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 공군의 요구로 개발이 시작된 저가형 공대지 순항미사일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 2025년, 유럽과 함께 마련한 8억 2,500만 달러로 AGM-188A와 AGM-189 ‘바라쿠다-500’ 등 여러 종류의 순항미사일 3,350발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체 사업 예산을 미사일 수량으로 나누면 1발당 24만 6,000 달러라는 가격표가 나온다. 현재 미군에 납품되고 있는 AGM-158B JASSM-ER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이란 공습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JASSM-ER은 사거리 900㎞, 탄두 중량 450㎏의 스텔스 순항미사일이다. 러스티 대거와 바라쿠다는 모두 250㎏급 중량으로 JASSM-ER의 4분의 1 수준의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사거리는 930㎞ 이상으로 JASSM-ER보다 길고, 탄두 중량은 45㎏ 정도다.
ERAM이 24만 6,000달러(약 3억 7,000만 원)라는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소개한 플라밍고와 같다. ERAM은 기존 순항미사일과 같은 최첨단 기능을 과감히 배제하고,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대량 생산해 유사시 대량 투발할 수 있는 발사체를 만들어 보자는 ‘소모성 터보제트기(ETV·Expendable Turbojet Vehicle)’ 사업을 계기로 만들어진 무기들이다.

러스티 대거 미사일을 장착한 미 공군 F-16 전투기. 미 공군
ETV는 순항미사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군사 규격 대신 상용 부품을 쓰고, 많은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초저가 모델로 대체했다. 추력과 효율이 좋지만 가격이 비싼 터보팬 엔진 대신,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한 *터보제트 엔진을 채택하되, 터보제트 엔진의 연비 문제는 FADEC(완전 디지털 엔진 제어) 기술로 해결했다.
터보제트와 터보팬
제트엔진의 일종. 터보제트는 흡입된 공기 전부를 연소실로 보내 연료와 함께 연소시켜 고온·고압의 배기가스로 만들어 분출하며, 터보팬은 연소실 앞에 팬을 달아 흡입 공기 일부는 연소실로, 일부는 연소실 바깥쪽으로 우회시키는 방식이다. 터보제트는 터보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저렴하지만 출력과 연비가 떨어진다. 반면 터보팬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구조가 복잡해 비싸고 정비 소요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작은 공장에서 엄청난 물량 생산할 수 있는 저가형 순항미사일
이러한 저가형 순항미사일의 또 다른 강점은 엄청난 생산성이다. 러스티 대거를 만든 존 5 테크놀로지스나 바라쿠다-500을 만든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는 각각 2011년, 2017년에 설립된 기업이다. 존 5 테크놀로지스는 드론이나 전자 장비 관급 사업을 주로 하던 작은 회사였고, 안두릴 인더스트리스 역시 주로 군납용 자율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이들은 보잉(시가총액 1,750억 달러), 록히드마틴(시총 1,206억 달러), 레이시온(시총 2,800억 달러)과 달리 상장조차 되지 않은 비교적 작은 기업들이다.
그런데 존 5 테크놀로지스는 캘리포니아 샌루이스오비스포 본사에 약 1,860㎡, 오하이오 마이애미스버그 소재 협력업체에 약 1만4,000㎡ 크기의 시설을 두고, 연간 1,000발의 속도로 러스티 대거를 생산 중이다. 축구장 2개 면적 정도에 불과한 작은 시설에서 이 엄청난 물량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바라쿠다-500M 미사일. 안두릴 인더스트리스
바라쿠다 시리즈를 만드는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는 최근 폴란드 비드고슈치에 있는 국영 항공기 정비창 설비 일부를 전용해 이 곳에서 매년 3,000발의 바라쿠다-500M 미사일을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소개한 레이시온은 연간 9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앨라배마 헌츠빌과 애리조나 투손의 생산시설에서 만든다. 물론 이 곳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설의 크기가 무려 1,170만㎡가 넘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저가형 순항미사일 생산 효율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이러한 저가형 순항미사일을 그야말로 충격적인 물량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한국일보의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은 한국일보닷컴에서 로그인 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