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모범 보이자”… 맘다니, 사회주의 좌파 실험 시작

시장 취임 일성 “노동자 위해 과감히”
“급진 낙인 두려워 원칙 버리진 않아”
“의견 달라도 함께” 온건파 끌어안기

조란 맘다니 새 미국 뉴욕시장이 1일 미 뉴욕시 맨해튼 뉴욕 시청 앞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무슬림 최초로 뉴욕시장이 된 맘다니는 폭넓고 대담한 시정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조란 맘다니 새 미국 뉴욕시장이 1일 미 뉴욕시 맨해튼 뉴욕 시청 앞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무슬림 최초로 뉴욕시장이 된 맘다니는 폭넓고 대담한 시정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많은 사람이 지켜볼 것이다. 그들은 과연 좌파가 통치할(govern) 수 있을지, 자기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지, 다시 희망을 가져도 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목적의식을 갖고 함께 뉴욕 시민이 누구보다 잘 하는 것을 할 것이다. 바로 세계에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35세(1991년 10월생) 무슬림 ‘민주사회주의자’ 미국 뉴욕시장인 조란 맘다니의 좌파 실험이 시작됐다. 1일(현지시간) 뉴욕 시청 앞 취임식에 참석한 맘다니는 취임 뒤 첫 공개 연설을 통해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통하는 뉴욕이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리며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영하 추위에도 4만 명 운집

맘다니는 자신의 이념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부끄러움이나 불안감 없이 통치하고 우리 신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민주사회주의자로서 당선됐고 민주사회주의자로서 시정을 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진주의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내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격 때문에 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뉴욕 시민이 없도록 매일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정책 수혜 대상이 노동자 계층임을 분명히 했다. “이 도시의 막대한 자원을 이곳을 고향이라 여기는 노동자들에게 되돌려 줄 것”이라며 무상 보육과 무료 버스 운행 등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부유층과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겠노라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뉴욕 시민 기대치를 낮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더 폭넓고 대담하게(expansively and audaciously) 통치할 것”이라며 “늘 성공하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시도할 용기가 없었다는 비난은 결코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큰 정부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이제 뉴욕 시청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파와 온건파도 끌어안았다. “이번 뉴욕시 당국을 불신과 경멸의 시선으로 보거나 정치가 못쓰게 망가졌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들을 상대로 “여러분이 뉴욕 시민이라면 나는 여러분의 시장이다. 의견이 달라도 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고 함께 애도하고 단 1초도 여러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 무렵 뉴욕시의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마천루 때문에 협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맨해튼 남부 브로드웨이 거리의 행사장 주변은 바람까지 거세 체감온도가 영하 12도였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추위에도 취임식에 함께하려 약 4만 명이 운집했다며 이런 식의 뉴욕 시장 취임식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對트럼프 저항 진영 상징으로

1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 뉴욕 시청 앞에서 열린 조란 맘다니(오른쪽) 새 뉴욕시장의 취임식에 취임 선서 주재자로 참석한 버니 샌더스(왼쪽)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맘다니 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맘다니 시장 배우자인 라마 두와지. 뉴욕=AFP 연합뉴스

1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 뉴욕 시청 앞에서 열린 조란 맘다니(오른쪽) 새 뉴욕시장의 취임식에 취임 선서 주재자로 참석한 버니 샌더스(왼쪽)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맘다니 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맘다니 시장 배우자인 라마 두와지. 뉴욕=AFP 연합뉴스

취임 선서는 미국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좌장 격인 연방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가 주재했다. 맘다니는 성경 대신 할머니가 쓰던 쿠란(이슬람 경전)에 왼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샌더스는 “노동자가 단결할 때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맘다니의 승리가 증명했다”고 말했다. 개회사는 진보 진영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아 온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가 맡았는데 “전례 없는 시기에 뉴욕 시민들이 야심 찬 리더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FT는 “취임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정책에 맞서는 좌익 저항의 중요한 상징으로 맘다니가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첫날 맘다니가 내린 행정명령들은 세입자 보호와 함께 전 시장인 에릭 애덤스의 행정명령 일부 철회가 목표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취임식 직후 건물 관리 부실이 임대료 납부 거부 사태까지 부른 브루클린 임대 주택을 찾아 시장 직속 세입자 보호 사무국 설치 등을 위한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2024년 9월 애덤스가 부패 등 혐의로 기소된 뒤 서명한 행정명령 일체를 새 명령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맘다니가 법적으로 시장이 된 것은 이날 오후 공개 행사가 아니라 자정(0시) 직후 치러진 취임식에서였다. 그는 지금은 폐쇄된 옛 뉴욕 시청역 역사 계단에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 주재로 공식 임기 개시를 알리는 취임 선서를 했다.

△100만 가구 임대료 동결 △2030년까지 저렴한 주택 20만 채 건설 △무상 보육 및 무료 버스 도입 등 파격 공약으로 당선된 맘다니는 이날 첫 남아시아계, 첫 무슬림, 100년 사이 최연소 뉴욕 시장이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는 정말 생활비를 대폭 낮춰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설익은 정책들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범죄를 다시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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