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둔 미군 6개월간 재검토”…트럼프식 나토 재편 본격화
미 국방장관 “유럽 방위, 유럽이 주도해야”
“국방비 증액 약속 안 지켜지면 분담금 일부 보류”
“이란전쟁 때 기지사용 불허 부끄러워해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8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유럽 주둔 미군 문제를 향후 6개월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전쟁 당시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기지사용을 불허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편을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이것은 진짜 검토가 될 것이다. 유럽 방위의 책임을 유럽 스스로 맡는 방향으로 나토를 빠르고 불가역적(irreversibly)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6개월이 유럽에 미군을 두는 실질적인 이점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와 유럽 내 미군 병력의 최소 규모를 규정한 법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란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이 자국 내 미군기지 접근권을 제한한 것에 대해 “부끄러운 일(shameful)”이라며 강한 ‘뒤끝’도 보였다. 그는 “이 동맹국들은 애초에 문제 삼을 일이 전혀 아니었던 예측가능한 접근권과 기지 사용, 영공 통과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아들딸들, 우리의 아들딸들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럽 주둔 미군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향후 미국이 필요로 하는 기지 사용권과 영공 통과권이 확실히 보장되는지도 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국방예산으로 증액한다는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미국의 나토 분담금을 일부 축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다른 동맹국들이 시급히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으면 우리의 분담금은 줄어들 것”이라며 “나토는 쌍방향 협력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동맹국들보다 유럽의 방위에 더 많이 책임지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유럽에 지원하는 병력 규모를 감축하려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 내 군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두 명의 나토 회원국 당국자 등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배치 F-16과 F-15 전투기를 기존 150대에서 100대로 줄이고, 해상 정찰기는 26대에서 15대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입수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 주고받은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공중급유기, 무인기(드론), 항공모함 전단 등도 감축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은 나토의 억지력에 핵심적 역할을 할 유럽 배치 핵무기는 유지하겠음을 분명히 했다고 NYT는 전했다.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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