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가격 쇼크’… 항공 유류할증료까지 폭등
▶ 아시아나 LA 노선 3배로
▶ 한국·미주 여행객 ‘울상’
▶ 환율도 ‘마지노선’ 붕괴
▶ “1, 600원대 상승” 우려도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00원 선을 뚫고 치솟은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항공권 유류할증료까지 폭등하면서 해외여행과 유학, 출장 비용 전반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환율과 유가라는 두 개의 변수에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시간 17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80원 하락한 1,49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장 주간 거래(9시~3시 반) 종가 1,497.50원 대비로는 5.60원 낮아졌다.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일단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1,500원 시대’가 열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1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이후 17년 만에 1,500원을 넘어섰다. 외환 당국의 개입과 수출 기업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종가는 1497.5원으로 마감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환율 급등은 중동 전쟁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발언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원화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1,6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단순히 금융시장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오는 4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폭등할 전망이다. 한국발 미국 노선의 경우 왕복 기준 최대 약 40만원의 유류할증료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26.71센트로 33단계 중 18단계에 해당한다. 전달 적용됐던 6단계에서 한 달 만에 무려 12단계가 뛰어오른 것으로,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경우 편도 기준 최대 30만3,000원의 유류할증료가 붙게 됐다. 인천발 뉴욕 노선을 왕복으로 이용할 경우 약 40만8,000원이 항공권 가격에 추가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LA·뉴욕 노선에 편도 기준 최대 25만1,900원의 유류할증료를 적용한다. 기존 7만8,600원에서 무려 3.2배가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환율과 항공유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해외 이동 비용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데다 유류할증료까지 40만원이 넘게 붙게 됐으니 앞으로 외국여행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출장이 잦은 회사들은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 역시 환율 급등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LA에 사는 최모(42)씨는 “달러 기준으로 보면 한국 여행 비용이 조금 싸진 느낌은 있지만 항공권 가격이 너무 올라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에 부모님이 계셔서 자주 오가는 편인데 유류할증료가 이렇게 오르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중 충격’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1,500원 선이 무너지면서 환율의 상단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유가 상승이 계속된다면 환율과 항공 운임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