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금리 인하 제동 거나… 美연준, 인플레 우려에 ‘매파적 동결’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3회 연속 3.50~3.75% 유지
12명 중 4명 ‘완화 기조’ 반대
트럼프 압박 속 새 의장 난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미 워싱턴 연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결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전쟁발(發) 물가 상승을 우려한 연준이 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2일 차 회의를 열고 3.50∼3.75%인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정책 성명에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일부 반영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동 지역 전개 상황이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향후 금리 인상보다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기존 문구를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 중 4명이 이에 반대했다. 특히 베스 해먹(클리블랜드), 닐 카슈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3명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약 2년간 유지돼 온 ‘통화 완화 기조(easing bias)’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당장 금리를 내리자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2년 이후 정책 회의에서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며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인 케빈 워시 의장이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후보자 신분인 차기 워시 의장이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 15일까지다.
연준은 지난해 9, 10, 12월 세 차례 잇달아 금리를 인상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으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2.50%)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1.25%p를 유지하게 됐다.
다음 FOMC 회의는 6월 16, 17일 열린다. 현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워시 후보가 해당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시 후보에 대한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안은 이날 가결됐으며,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 인준이 최종 확정된다.
파월 “수사 종결까지 이사직 유지”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내달 의장 임기 종료 뒤에도 연준 이사직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의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이라면서도 “당분간 이사로서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상대로 진행됐던 미국 법무부의 연준 건물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번 수사가 투명하고도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종결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파월 의장은 자신에 대한 법무부 조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연준에 대한 일련의 법적 공격이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우리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우려스럽다”며 “이런 공격들이 기관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