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에 이란 전쟁 끝났다면서…합의 없으면 철수도 없다는 트럼프

이란 14개항 종전안 파키스탄에 전달
미군 철수 등 포함… 트럼프 “수용 안 해”
“미군 봉쇄 뚫고 이란 유조선 목적지 도착”
“이스라엘 영구 통행금지” 법안 초안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미국이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기한(5월 1일)이 지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에 돌입한 만큼 전쟁권한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쟁권한법에 적시된 전쟁 기한을 우회해 미군의 대이란 해상봉쇄 등 작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향후 30일 안에 종전 등 협상안을 마련해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쟁권한법 무시하고 독주…의회, 막을 방법 없어

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의회에 “지난달 휴전 이후 이란과의 적대행위는 중단됐다”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할 수 있지만, 최대 60일로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대이란 군사작전을 보고한 3월 2일을 기준으로 60일을 계산하면 마감 시한은 5월 1일이다. 현재 대이란 작전이 휴전 상태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 공군 F-15E 전투기가 미국·이란 전쟁 관련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달 3일 출격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이 끝났다고 의회에 서한을 보냈다면서도, 이란 연안에 보낸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지는 않겠다는 모순적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에서 일찍 철수하지 않겠다”며 “그렇게(조기 철수) 해서 3년 뒤에 문제가 발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주)은 1일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제는 전쟁권한법을 무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의회가 막을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의회로부터 전쟁 승인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의회는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고 있지만, 번번이 부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상원에 상정된 결의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개전 이후 6번째 부결이다.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구조상 전쟁 제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낮다.

트럼프 대통령 “이란, 충분한 대가 치르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전쟁을 쉽게 끝낼 생각이 아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2일 “이란 정부가 14개항 종전안을 작성해 파키스탄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9개항으로 구성된 미국의 종전 협상안에 대한 답변이다. 미국은 2개월간 휴전하자고 한 반면, 이란은 30일 내 모든 쟁점을 해결하고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란의 14개항 종전안에는 △피해 배상금 지급 △침략 재발 방지 보장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등이 담겼다.

파키스탄 당국이 지난달 25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협상 개최에 대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 도심 주요 구역의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의 제안을 검토하겠지만 수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지난 47년간 인류와 세계에 저지른 일에 비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계획이 수용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해상봉쇄가 폭격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이란을 성공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일 연설에서 미 해군의 이란 선박 나포를 언급한 뒤 “우리는 해적과 같다”며 “어느 정도 해적 같지만 장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선박을 장악했고 화물과 석유를 모두 압수했다”며 “매우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30일 기준 이란을 오가는 선박 45척을 회항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란 선박, 미군 봉쇄 풀고 극동 지역 도달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란 연안이 미군에 의해 완전히 봉쇄돼 있는 것도 아니다. 선박 추적 서비스 탱커트래커스는 3일 엑스(X)에서 “이란국영유조선공사(NITC) 소속의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슈퍼탱커 한 대가 미 해군을 피해 극동 지역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같은 날 “인도로 향하는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선이 2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에 1일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압박에 이란도 강경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터키 관영 아나톨루 통신은 2일 알리 니크자드 이란 국회 부의장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와 관련한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통제 법안 초안에는 이스라엘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영구히 불허하고, 적대국 선박은 전쟁 관련 피해를 보상하지 않을 경우 통행을 거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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