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엡스타인 유서 존재 확인”… 법원 금고서 7년만에 빛 보나
동료 수감자가 발견, 변호사 간 분쟁에 봉인
NYT “뉴욕 법원에 문서 공개 요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7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자살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가 7년간 법원 금고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 엡스타인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는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엡스타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문서가 공개될 경우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밀 문서로 보관
미국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맨해튼 교도소 수감 당시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뉴욕 법원에 기밀 문서로 보관돼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를 처음 발견한 것은 엡스타인과 같은 감방을 사용하던 니컬라스 타르태글리오다. 전직 경찰관 출신인 그는 4건의 살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州)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타르태글리오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2019년 7월 무렵 해당 문서를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엡스타인은 목에 상처를 입은 채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견된 이후 ‘자살 의심군’으로 분류돼 잠시 다른 감방에 분리 수감됐는데, 방에 남겨진 만화소설(그래픽 노블) 책 사이에 메모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타르태글리오는 “책을 펼쳐 읽으려는데 그곳에 (쪽지가) 있었다”며 해당 쪽지에는 수사관들이 여러 차례 엡스타인 본인을 조사했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메모에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울음이라도 터트리라는 건가. 이제 작별할 시간이다”라는 내용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타르태글리오는 이후 자신이 엡스타인을 해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해당 메모를 자신의 변호사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법무부 ‘엡스타인 파일’에도 관련 내용
타르태글리오의 주장은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 중 ‘연표(Chronology)’라는 제목의 문서로도 뒷받침된다. 해당 문서에는 타르태글리오와 변호사들의 이름이 이니셜 2자로만 기재돼있는데, 여기에는 7월 벌어진 엡스타인 부상 소동 이후 4일이 지난 27일 타르태글리오(일명 NT)가 자신의 변호사인 브루스 바켓(BB)을 만나 유서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후 다음 면담에서 또다른 변호사인 존 위더(JW)가 해당 메모를 받아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표에 따르면 타르태글리오의 변호사들이 2019년 말 또는 2020년 초 해당 메모의 진위를 확인했는데, 타르태글리오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필적 감정을 거쳤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메모는 타르태글리오의 변호사 사이의 분쟁에 얽히게 됐고, 이후 법원이 분쟁 조사 과정에서 관련 문서를 봉인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문서는 공개되지 못했다. 이후 수사당국도 이를 확보하지 못하며 엡스타인의 자살과 관련된 핵심 문서가 기억 속에서 잊혔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NYT는 현재 법원에 해당 메모의 공개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이정혁 기자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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