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무릎 꿇린 페르시아, 미국도 이겼다’… 이란, SNS 선전

박지영 기자

페르시아 시절 로마 상대 승리 언급
외무부 대변인, 관련 문화재 X에 올려
NYT “종전 합의 승리로 포장 의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자신의 엑스(X)에 업로드한 사진. 바가이 대변인 X 캡처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종전 합의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고대 페르시아가 로마를 상대로 승리한 역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급했다. 외신은 “미국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내부 선전이라고 분석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에 ‘샤푸르 1세의 낙쉐 로스탐 승리 부조’와 이란 지도를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로마인들의 생각에는 로마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세계의 중심이었지만, 이란인들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고 적었다.

바가이 대변인이 올린 부조는 고대 국가인 사산조 페르시아가 샤푸르 1세 재위 당시 로마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내용을 기록한 작품이다. 로마 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는 244년 페르시아 원정 중 사망했다. 후대 황제인 발레리아누스가 260년 다시 페르시아를 침공했지만 페르시아에 생포돼 로마제국에 충격을 줬다. 부조에는 고르디아누스 3세는 쓰러져 말발굽에 깔린 모습으로, 생포된 발레리아누스는 손목이 붙들려 끌려가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바가이 대변인의 게시물은 미국과 논의 중인 종전 합의 조건을 ‘승리’로 포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란 국민들이 스스로를 페르시아의 후예로 여기는 만큼 과거 승리의 역사를 통해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이겼다는 인식을 심으려 한단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로마의 페르시아 침공은 사산 왕조의 조건에 따라 수립된 평화로 끝을 맺었다. 로마 황제는 조건을 수용해야만 했다”고 언급하며 미국과 진행 중인 종전협상을 연상시켰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승리했다는 이란의 주장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고 봤다. 이란이 이번 전쟁으로 심각한 군사·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통해 역내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유럽외교협회(ECFR) ‘이란 핵 모니터’의 저자인 엘리 게란마예는 “이란은 약자(언더독)이면서도 두 개의 핵무장 국가(미국과 이스라엘)와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을 60일간 연장하고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재개시키는 MOU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체결 후 60일간 이란 핵문제와 제재 해제를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ko_KR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