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새 연준 의장 인준… 물가 올라 금리 인하 쉽지 않을 듯
15일 파월 의장 퇴임, 16일 워시 취임
4월 물가상승률 3.8%… 금리 인하 어려워
이사회·정치권 분열 양상… 신뢰도 문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신임 의장으로 인준된 케빈 워시 지명자가 지난달 2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케빈 워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으로 인준됐다. 다만 이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정치권 및 이사회 내부 분열 양상을 고려할 때 신임 의장이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정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원은 본회의를 열고 워시 후보자의 의장직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의장 임기는 4년이며, 공식 시작일은 제롬 파월 현 의장 퇴임 다음날인 16일이다. 다음 달 16일부터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워시 신임 의장이 주재하는 첫 회의가 될 예정이다.
워시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가 즉시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놓고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전쟁 이후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나 상승했는데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빠른 물가 상승 속도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오를 위험이 있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심화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리 동결은 실질적으로 정책 완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15일까지지만, 그는 연준 이사로 2028년 1월까지 재직할 예정이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워시가 이끌게 될 연준 이사회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 투표권이 있는 12명 중 4명이 정책 성명에 반대 의견을 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 인원 수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연준 이사들 사이의 이런 공개적인 의견 불일치는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 결정에 확신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이사회에 남는 것도 워시에게는 부담이다. 파월 의장은 의장직 임기가 끝난 후에도 연준 이사로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 이사를 지명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NYT는 “파월 의장은 존재만으로도 연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내부 반대가 지속될 경우 그의 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신임 의장 인준 과정에서 워싱턴의 당파적 분열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준 의장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의 지지를 두루 받았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찬반 투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두 차례 인준 투표에서 모두 80표 이상을 확보했다. WP는 “인준 표차가 줄어들면 워시 의장이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여주기 어려워지는데, 이는 연준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워시는 지난달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았고, 나 또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WP는 워시가 ‘조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는지’나 ‘관세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며 “워시는 자신과 대통령 사이에 거리를 두려는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 곽주현 기자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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