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걸린 24살 의대생 누나… 남동생이 카메라에 담은 가족의 25년
남보라 기자 외 1명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5만명 돌파
개봉 12일 만… 상영관 확대 ‘흥행 질주’
조현병 걸린 누나와 부모의 침묵 담아
감독 “할 수 있는 건 나의 경험 공유뿐”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마사코. 엣나인필름 제공
스물넷의 의대생 마사코는 어느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딸을 급히 병원에 데려갔던 부모는 다음 날 “정신과 의사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신과에 가는 게 오히려 딸에게 상처”라며 딸과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 25년 동안 마사코의 조현병 증상이 계속되지만 의대를 나온 연구자인 부모는 “우리가 잘 안다”며 병원을 거부한다. 병이 악화되는 딸이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면서도 딸의 병에 침묵한다. 마사코의 남동생은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사망한 후 오랜 고민 끝에 이 영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여름 극장가에서 조용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지 13일째인 이달 10일 관객 5만 명을 돌파했고, 개봉 당시 전국 61개였던 상영관도 78개로 늘었다. 독립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흥행 질주’인 데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오디세이’ ‘호프’ 등 대형 블록버스터 틈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이례적이다.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4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며 100개 관으로 확대됐고, 미니시어터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했던 이 영화가 한국에서 또다시 기록을 쓰고 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후지노 도모아키(60) 감독이 20여 년간 기록한 가족들의 음성과 영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언젠가 누나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다면 의사에게 증상을 보여주려 시작한 일이었다. 마침내 부모님을 설득해 발병 25년 만에 치료를 받은 누나와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고, 후지노 감독은 ‘이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영화 배급사인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우리 가족과)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잘 안 돼’라는 걸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누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영상 공개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그는 “승낙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질환을) 숨기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영화를 전공한 후지노 감독의 네 번째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누나 마사코(왼쪽)와 어머니, 아버지.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누나도, 조현병도 아니다. 25년간 이어진 침묵과 고립이 낳은 결과를 차분히 되짚는다. 후지노 감독은 “가족들이 제대로 대응한 걸까, 나와 부모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누나의 정신과 진료를 거부한 데 대해 “정신과를 신뢰하지 않았고, 사회적 편견과 낙인, 낙오를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영화는 누나의 발병 이후 가족들의 대화, 인터뷰를 시간순으로 전한다. 후지노 감독은 관객이 각자 의미를 찾기를 바라며 배경음악도 사용하지 않고 자막도 최소화했다. 그러나 이 오래된 영상이 남기는 질문과 여운은 깊게 남는다. 단지 과거의 문제이거나 후지노 감독 가족만의 문제도 아니기에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이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극장엔 긴 침묵이 흐른다. 내밀한 가정사가 담긴 만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주문형비디오(VOD) 등 다른 플랫폼 서비스 없이 극장에서만 상영한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가족들의 모습. 엣나인필름 제공
- 남보라 기자rarara@hankookilbo.com
- 정예림 인턴기자herewego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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