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 군함 건조하는 ‘오스탈USA’ 인수 추진… 마스가 정점 향한다

김경준 기자

미 군함 34척 인도… 핵잠 모듈도 생산
인수하면 곧장 미 해양 방산 시장 진입
프리미엄 반영해 최대 1조7000억 베팅
오스탈 이사회, 4주간 실사 기간 승인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USA의 핵심 조선소에서 예인·구조·인양함을 건조하고 있다. 오스탈USA 홈페이지 캡처

한화그룹이 한미 조선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미 해군 군함 건조를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이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한 법을 수정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이미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지름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인수 논의의 첫발을 뗀 수준이지만 향후 인수로 이어진다면 한화는 K방산 최초로 미국 방산 시장에 부품이 아닌 완성된 무기체계 공급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호주 방산·조선업체 오스탈의 미 법인 ‘오스탈USA’ 지분 100%를 최대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화가 제시한 액수는 ‘현금 및 부채가 없는 조건’으로 오스탈USA의 기존 부채나 금융 이자는 떠안지 않는다. 또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안이라 향후 실사 결과에 따라 인수 가격이 변경되거나 거래 자체를 철회할 여지도 열어뒀다. 호주 오스탈은 이날 한화가 인수 계약 및 리스크를 검증하기 위한 4주간의 실사 기간을 이사회가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한화가 오스탈USA에 투자하기로 한 액수는 파격적이다. 2년 전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금액인 1억 달러의 12배에 달한다. 2023년 한화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사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쓴 돈이 2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제시한 금액에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화가 통 큰 베팅에 나선 것은 오스탈USA가 이미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고 있는 4대 핵심 군함 건조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법과 존스법에 따라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함정과 지원 선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해 중국에 크게 뒤처진 해군 전력을 증강하려는 복안을 세웠지만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두거나 우회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화의 오스탈USA 인수가 ‘지름길’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1999년 설립된 오스탈USA는 2009년 방산 시장에 뛰어든 뒤 미 해군 함정을 직접 설계·건조하고 있다. 핵심 생산 시설은 앨라배마주의 모빌 조선소다. 연안전투함과 신속기동수송함 등 총 34척을 미 해군에 인도했고, 예인·구조· 인양함과 신속의료지원함 등 수주 잔고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른다. 심지어 미국의 가장 민감한 전략 자산인 핵추진잠수함의 핵심 모듈을 제작·공급하고 있어 인수가 성사된다면 한국 기업 최초로 미 최고 등급 국가 안보 프로그램인 핵잠수함 가치사슬에 진입하게 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한화 관계자는 오스탈USA 인수 제안과 관련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한화그룹#핵추진잠수함#대우조선해양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