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의지했던 노르웨이마저도 ‘프랑스 핵우산’ 합류
노르웨이 총리, 마크롱 대통령 만나
‘전진 핵 억지력 체계’ 합류 의사
한때 믿었던 ‘미국’ 발빼기 조짐에
유럽 국가들, 프랑스 핵우산에 몰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가 2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방공, 북극지역, 우주 등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나르비크 협정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노르웨이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가 주도하는 핵우산에 합류하기로 했다. 노르웨이가 군사적 위협을 받으면 프랑스가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 내 유일한 핵 보유국인 프랑스는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을 대신해 유럽 전역으로 핵우산을 넓게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원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요나스 사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노르웨이가 프랑스의 ‘전진 핵 억지력 체계’에 합류하는 데 동의했다. 또 이번 합의와 함께 △방공 △북극 지역 △우주 등 핵심 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나르비크 협정’도 체결했다.
스퇴르 총리는 프랑스 방문 직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핵우산 합류 결정과 관련해 “러시아가 핵 영역을 포함해 대규모 무장을 하고 또 다른 유럽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는 유럽의 안보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앞서 23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동원,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스퇴르 총리는 “우리의 핵심 억지력은 앞으로도 나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평화로운 시기에는 어떤 핵무기도 노르웨이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온 대서양주의 국가인 노르웨이가 프랑스의 핵우산에 합류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나토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많은 비율을 군사비에 할당해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맺었던 폴란드도 최근 프랑스 핵우산에 합류했다.
’미군 발 빼기’에 프랑스 핵우산으로 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내각회의 중에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안보 무임승차’를 지적하며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불안해진 유럽 국가들은 대체재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핵우산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현재 프랑스가 주도하는 핵우산 논의에 독일, 폴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네덜란드 등이 관여하고 있다. 인구 560만 명으로 북극 지역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는 노르웨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르웨이 본토와 북극점 중간에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는 북극 지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러시아가 노릴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프랑스의 핵 보유량은 약 290기로 이웃 나라인 영국(225기)과 합쳐도 각각 5,000기 이상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에 크게 못 미친다.
나토 차원의 미국의 핵무기(B61형 핵폭탄)가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 배치됐지만 핵 사용 버튼(결정권)을 누르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유럽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F-35 전투기를 배치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이에 유럽 자강론자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 3월 미국을 대신해 유럽 동맹국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 내 또 다른 핵보유국인 영국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 베를린=정승임 특파원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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