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미·이란 종전 협상… 트럼프 용두사미 외교 재현되나

트럼프 변덕에 다시 교착 조짐
지구전 각오… 봉쇄 효과 신봉
우크라·가자戰 답습할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합의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다시 교착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의 다 된 잠정 합의안을 승인하는 대신 이란에 추가 양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쉬운 목표 달성을 장담했다가 벽에 부딪히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트럼프표(標) ‘용두사미 전쟁 외교’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 이틀 전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도출된 미국의 종전 양해각서(MOU) 수정안이 이란에 전달돼 검토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통신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 간 종전 문안 교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자체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합의안은 이란에서 사실상 승인이 떨어진 문건이었다. 상황실 회의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안에 서명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변덕을 부렸다. 액시오스 등이 인용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방식 및 시기 구체화 △호르무즈해협 개방 관련 문구 수정 △자금 동결 해제 합의 무효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요구인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보유한 이란이 순순히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타스님에 소식통은 “이란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 즉 ‘노딜(no deal)’ 시나리오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산

지난달 24일 미국·이란 전쟁 희생자 추모식이 열린 이란 테헤란의 모살라 모스크에서 한 이란 여성이 자국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전을 각오한 기색이다. 지난달 30일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진행하는 미국 폭스뉴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믿을 구석은 봉쇄와 이란의 경제난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같은 달 31일 폭스 인터뷰에서 “자금에 대한 경제적 봉쇄,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물리적 봉쇄”가 이란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이란에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압박이 크다고 주장했다.

악재

빈발하는 무력 충돌 등 합의를 가로막는 악재는 계속 돌출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1일 “이번 주말 이란 고루크와 게슘섬에 있는 이란의 레이더 및 무인기(드론) 통제 시설을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히자, 이란 IRGC도 곧장 보복으로 공습 원점인 미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 확대도 협상에 재를 뿌릴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란 정부가 즉각 부인했지만 협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강경파인 IRGC 지휘부와 갈등을 벌이다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미국·이란 전쟁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처럼 장기화하는 경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회장을 인용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거창하고 극적인 발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후속 조치인 경우가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끈질기게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인 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강경파 지도부 간 합의는 새로운 장기 협상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냉소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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