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손재주’ 배운 다섯 손가락 로봇… 국산 피지컬 AI 모델 美 샌프란서 공개

보고 만지는 로봇 제어 모델
피지컬AI 스타트업 리얼월드
美 샌프란스시코서 첫 시연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행사장에서 한국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가 처음 시연한 리얼덱스-1 파운데이션 모델을 탑재한 로봇이 양말을 집어 옮기고 있다. 리얼월드가 개발한 것은 로봇이 아닌, 로봇 안에 탑재된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관절을 갖춘 다섯 손가락을 가진 로봇이 검은색과 흰색 양말을 집어 서로 다른 바구니에 담는다. “기자에게 검은색 양말을 건네주라”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가까이 오는 흰 양말은 건너뛰고 다음에 오는 검은색 양말을 집어서 손목 관절을 돌린 뒤 팔을 뻗어 기자에게 건넸다. 이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인공지능(AI)은 한국인들이 설립한 로보틱스 스타트업 리얼월드가 처음으로 시연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리얼덱스-1(RLDX-1)’이다.

리얼월드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사를 열고 피지컬 AI를 탑재한 로봇 시연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리얼월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지, 판단, 제어를 통합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소프트웨어 스택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연쇄 창업가이자 투자 전문가인 류중희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15개 이상의 관절이 동시에 움직이는 ‘15자유도’ 로봇 손 제어 능력과 함께, 사람의 움직임 데이터를 정밀하게 학습시키는 ‘4D+ 모션 캡처’ 기술이 공개됐다. 양말 분류뿐 아니라 명함처럼 얇은 물체를 집거나 손목을 비틀어 물체 방향을 바꾸는 작업도 수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시연한 로봇의 제조사는 한국의 위로보틱스, 일본의 이낵틱, 미국의 오리가미로보틱스 등으로 다양하지만, 움직임은 모두 리얼월드의 모델로 구동된다.

리얼월드가 다섯 손가락 로봇 손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람 손 구조와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사람과 로봇의 신체 구조 차이가 작을수록 사람이 직접 시연한 움직임 데이터를 복잡한 변환 없이 그대로 학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차별화된 기술을 강조하듯 행사 제목에도 ‘손재주’를 뜻하는 ‘덱스터리티(Dexterity)’를 전면에 내세웠다.

“차세대 모델에 ‘월드모델’ 일부 적용”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인들이 설립한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실물을 시연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리얼덱스-1(RLDX-1)’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특히 이날 공개된 차세대 모델에는 ‘월드모델’이 일부 적용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수십억 개의 단어에서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챗GPT 등과 달리, 월드모델은 동영상, 이미지, 센서 데이터, 3D 스캔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식한다. 기존 로봇 AI가 주로 카메라 영상 같은 시각 정보만 활용했다면, 이번 모델은 시각 정보뿐 아니라 물리·촉각 정보까지 함께 학습했다. 류 CEO는 한국 취재진에 “이미 두 개 이상의 정보를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월드모델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얼월드가 글로벌 벤치마크 평가에서 엔비디아의 ‘그루트’와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파이제로’를 제치고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한국과 같이 제조업 자동화가 고도화한 국가도 공장 자동화율은 75%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나머지 25%는 인간 수준의 정교한 손재주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 일선에 투입되는 시기는 2029년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현장 투입은 3년 뒤 전망

류중희 리얼월드 최고경영자(CEO)가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류 CEO는 인간형 로봇의 수요가 높은 분야로 호텔이나 편의점 등 서비스업을 꼽았다. 인력을 찾기 어려우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공장 등 제조 시설과 다른 서비스업의 특성 때문이다. 리얼월드는 현재 롯데호텔, 일본 편의점 로손 등과 협업해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공동 개발에 참여한 신진우 리얼월드 최고과학자(CSO·카이스트 교수)도 “범용지능을 넘어 모션 인식과 장기 기억, 물리적 감각을 통합하는 휴머노이드 에이전트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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