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카르텔’ 막으려 축협회장 선거인단 확대 밀어붙인다 [2026 월드컵 홍명보호]
손영하 기자
현재 100~300명이 축협회장 선출
선거인단 확대·60일 이내 선출 규정 손질
전면 직선제는 어려워… 진통 불가피
FIFA ‘제3자 개입 금지’ 규정 저촉 우려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정몽규(64)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앞두고 정부가 ‘축구 카르텔’로 논란이 된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에서 선거인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난해 정 회장의 4연임과 유사한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거 방식 결정권은 협회에 있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3자 개입 금지’ 규정에 저촉될 소지도 있어 현실화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체육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전날 실무 회의를 열고 축구협회장 선출 방식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잇따라 관련 문제를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축구협회 정관은 협회 대의원, 축구계 현장 종사자 등 100~300명 규모 선거인단이 회장을 뽑는 ‘간선제’를 규정한다. 상위 기구인 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에 근거를 둬 협회가 독자적으로 손댈 수 없다. 이에 체육회는 이 규정을 수정해 선거인단을 확대하고, 협회도 이를 정관에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당장 7월 16일 예정된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간선제 관련 정관을 개정하는 등 실효성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체육회는 또 회장 사임 시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규정도 손보기로 했다. 정 회장이 월드컵 폐막 후 사퇴하면, 새로운 선거제도를 설계해 적용할 시간이 빠듯해서다. 협회가 이 ’60일 규정’을 근거로 현행 방식대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체육회가 선제적으로 규정 손질에 나선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하지만 정부와 체육회가 마음대로 선거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선거에 관여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FIFA의 ‘제3자 개입 금지’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서다. FIFA는 회원 협회의 독립적 운영을 의무화하고, 정부 등 제3자의 부당한 간섭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실제 FIFA는 최근 네팔 정부가 회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네팔축구협회(ANFA)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도 했다.
설령 정부 의도대로 규정이 바뀌더라도 실질적인 변화가 얼마나 동반될지도 미지수다. 체육회는 선거인단 규모 등 큰 틀만 제시할 뿐, 선거권자 자격부터 투표소 운영 방식까지 모두 협회가 정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등록 회원을 대상으로 한 완전한 ‘직선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체육계 시각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협회 등록 선수와 지도자를 모두 합치면 거의 20만 명이 될 텐데, 선거 비용만 20억~30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라는 명분 뒤에서 협회가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할 위험이 남아있는 셈이다.
다른 체육단체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회원종목단체 규정이 바뀌면 체육회 소속 전 종목의 회장 선거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직원이 10명 안팎인 군소 단체는 선거 행정에 매몰돼 선수 지원 등 본연의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손영하 기자froze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