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격차 최대 100배…삼전 합의안, 가결돼도 ‘반도체 VS 비반도체’

김진욱 기자

DS 주도 합의안, 22일 찬반 투표 개시
DX 중심 동행노조는 “투표 배제” 반발
가결로 투자·생산 불확실성 사라져도
非반도체 조직 불만에 갈등 이어질 듯
부결 땐 협상 다시, 노조 재편될 가능성

삼성전자 노조가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작한 22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2일부터 임금교섭 노사 잠정 합의안을 두고 6일간의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지만, 투표 개시 후에도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원(하나의) 삼성’으로 융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분석이 나온다.

투표 자격 두고도 불거진 노노갈등

이날 투표 개시 직전까지도 삼성전자 내부에선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합의안 도출을 주도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합의안은 공동교섭단과 사측 사이에 체결됐기 때문에 체결 당일 기준 공동교섭단 참여 노조만 투표 권한이 인정된다”고 동행노조 측에 통보했다.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협상이 부당하다며 4일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한 동행노조는 투표권이 없다는 의미다.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수원지부 집행부는 즉각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했다. 동행노조는 “투표 배제를 강행할 경우 즉시 시정 신청 등 모든 법적·실질적 수단을 총동원해 초기업 집행부에 준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삼노 측도 “DX(완제품) 부문 직원들은 합의안 부결 운동을 시작했다. DS 부문 내 비반도체 사업부와도 연대하겠다”고 거들었다.

가결돼도 DS와 DX 사이 벽 높아질 듯

삼성전자 완제품(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수원지부 집행부가 22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앞에서 노사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시작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노조 간 분열에도 불구하고 투표는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오후 2시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7만850명, 동행노조는 1만1,172명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같은 날 오후 1시 기준 1만6,286명으로 집계됐다. 투표권 있는 조합원 과반이 투표에 참여해 참여자의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가결된다. 동행노조가 투표권이 있다고 가정해도 전삼노와 동행노조 모든 조합원이 만들 수 있는 반대표는 최대 2만7,458표다. 초기업노조 가입자의 80% 이상이 DS부문 소속인 걸 감안하면 DS부문에서 반대가 다수 나오지 않는 한 찬성표를 압도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고용노동부가 투표권을 둘러싼 노조 간 갈등이 알려지자 공동교섭단에 남은 노조들끼리만 표결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합의안이 가결되면 임금·성과급 협상은 일단락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체계를 확정짓고 파업 리스크를 덜어냄과 동시에 투자·생산·인력 계획의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다. 글로벌 고객사에 예정대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 대외 신뢰도 하락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안에 따른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까지 나는 만큼 DS와 완제품(DX) 부문 사이의 균열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미 DX 부문 일부가 초기업노조의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고, 투표에서 배제된 동행노조 역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합의안이 가결돼도 후속 분쟁이 계속되며 반도체 조직과 다른 조직 사이의 벽을 높이는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부결 땐 ‘사측 대 DS 대 DX’ 3자 구도

만약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사 관계는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결이 된다면 교섭은 나머지 집행부에 위임하고,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제까지 협상을 주도한 노조의 지도부 공백 또는 비대위 체제로 교섭 구조가 불안정해지면 원활한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소외감을 느낀 DX부문이 대거 노조 가입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DS부문 중심이던 노조 구도가 비반도체의 조직화·세력화로 재편될 여지가 있다. 그러면 이후 교섭 테이블에서는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들이 서로 다른 요구 조건을 앞세우면서, 회사 대 노조 구조가 아닌 회사 대 DS 대 DX의 3자 구조로 판이 짜이게 된다. 결국은 합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당분간은 반도체와 비반도체가 노조 지형과 협상 전략, 보상 체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삼성이 아닌 ‘두 개의 삼성’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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