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하면 한국 민간 시설도 공격 대상”… 이란 측, 韓 파병 검토에 재차 경고
조영빈 기자
비공식 대변인 마란디, 韓 기업 피해 경고
이란, 사우디 등 제3국 민간 시설 공격해와
미국은 연일 “한국 자산 기다린다” 압박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사진),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내 한국 민간 시설이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란 측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이 파병하면 군 자산뿐 아니라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최근 레바논의 친(親)헤즈볼라 매체인 알마야딘에 최근 출연해 “한국이 전쟁에 참여한다면 이란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한국이 보유한 모든 자산을 파괴하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공격 목표는 꼭 한국의 군 자산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있는 한국의 자산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란에 매우 취약하다”고도 주장했다.
마란디 교수는 2021~2022년 미국과의 핵 협상 고문을 맡아 막후에서 대미 협상을 관리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지역은 물론 미국 언론을 통해 이란 정부 내 강경 분위기와 입장을 전달해 오고 있어 최근에는 이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한다.
앞서 익명의 이란 측 안보·정치 분야 고위 당국자는 알마야딘을 통해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에 나서면 이를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병된 한국군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경고로 해석됐는데, 중동 내 한국 기업도 공격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이란 측의 추가 경고가 이날 나온 셈이다.
중동 지역에는 한국의 에너지·건설 분야 기업 다수가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에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중이고, UAE에서는 원전, 카타르에서는 LNG 수출 기지를 각각 짓고 있다. 현대건설도 사우디에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라크에선 해수처리시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라크에는 신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대우건설이 진출해 있는데, 한국군 파병시 우리 민간 시설에 대한 이란군의 사보타지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이란은 거듭되는 전쟁 속에서 미군뿐 아니라 미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중동 국가의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우디의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에 이란이 배후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 카타르의 메사이드 발전소와 라스라판 에너지 시설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한편 정부는 “전투·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파병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파병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도 “한국이 자원을 역내에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정부는 미·이란 간 전황과 파병에 대한 여론, 이달 예정된 대미 투자 1호 발표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파병 발표 시기를 가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영빈 기자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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