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통파 유대교도 군 면제’ 포기한 네타냐후… 하레디 등 돌렸다
네타냐후-하레디 30년 동맹 균열
징집 면제법 좌초에 하레디 이탈
이스라엘 25대 의회 해산 수순
‘여론 달래기용 연출’ 해석도

2024년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브네이 브락에서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 남성들이 고속도로를 막고 군대 징집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든든한 뒷배였던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가 등을 돌렸다. 잇단 전쟁으로 병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네타냐후가 하레디의 병역 면제 법안 처리를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핵심 연정 파트너인 하레디 정당들이 연정 탈퇴와 의회 해산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 정치를 주도했던 우파동맹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파 연정 균열에 의회 해산안 선제 제출 나선 여당
이스라엘 여당인 리쿠드당의 오피르 카츠 원내대표는 13일(현지시간) 크네세트(의회) 해산과 총선 실시를 위한 법안을 전격 제출했다. 법안에는 집권 연정 6개 정당이 모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은 통과 시점으로부터 최소 3개월 후 늦어도 10월 중순까지 차기 총선을 치르도록 규정했다. 차기 총선일로는 하레디 정당들이 선호하는 9월 1일이 거론된다.
여당이 네타냐후의 임기를 단축하는 조기 총선에 선제적으로 나선 배경엔 하레디 진영의 연정 이탈이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11일 하레디 진영 의원들에게 “유대 종교학교(예시바) 학생들의 영구적인 병역 면제를 법제화할 표가 부족하다”며 법안처리를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초정통파 유대교 연합체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약속파기라며 반발했다. 산하 정당인 데겔 하토라의 율법지도자 도브 란도는 서한을 통해 “더 이상 네타냐후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우리는 오직 하레디 유대교와 예시바 세계에 가장 좋은 일만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우파 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30년 우파동맹, 결속도 균열도 ‘병역 면제’가 원인
네타냐후와 하레디 진영의 동맹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TJ와 샤스 등 하레디 정당은 예시바 학생의 병역 면제와 종교 예산, 결혼·안식일 등 종교 권한을 보장받는 대가로 네타냐후와 협력했다. 덕분에 네타냐후는 좌파 연정 출범을 막을 의회 과반(120석 중 61석)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었다. 1948년 건국 이래 전통적 유대교 율법(토라) 연구를 본업으로 삼아온 하레디는 병역을 면제받고 경제활동에도 임하지 않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레바논·이란·가자 등 3개 전선에서의 교전으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1만2,000명의 신병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하레디 남성 약 8만 명이 병역 대상자이면서 입대하지 않아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면제법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네타냐후와 하레디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여론 달래기용 연출’ 해석도
다만 네타냐후와 하레디가 각자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동맹 균열’을 연출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스라엘 보수매체 마리브는 “(하레디 진영이) 서명에 동참한 의회 해산안은 네타냐후와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하레디 진영이 반(反)네타냐후 정당들과 연대해 얻을 이익은 더 없다며 “이번 네타냐후의 임기 단축이 하레디가 가할 수 있는 ‘엄중한 처벌’의 전부일 것”이라고 봤다.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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