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제 대함 미사일이 나무호 때렸을 가능성 높다” 결론…의도성은 함구

나무호 피격 조사 발표

박윤주(가운데) 외교부 1차관과 정부합동조사단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27일 한국 선박 HMM 나무(NAMU)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이란제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무호가 피격된 지 23일 만이다. 2발 연달아 발사된 점에서 해당 선박에 피해를 주기 위한 공격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한국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고의적 공격이었는지에 대해 정부는 단정 짓지 않았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술 분석 결과, 미상의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1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 계열 전문가들을 현지로 파견해 나무호 잔해물 조사를 1차적으로 실시한 뒤 잔해물을 한국으로 들여와 15일부터 정밀 분석을 벌여 왔다.

박 차관은 “(비행체) 엔진은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했고, 부품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탄두는 형태가 다소 온전한 상태인 불발탄으로 추정되며, 이란 대함미사일 누르 또는 카데르의 탄두 형상과 유사했다”면서 비행체 잔해물 색깔도 다른 누르 계열 미사일처럼 하늘색으로 도색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해물은 약 20~30년 전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고려했을 때 구형인 누르 계열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대함미사일로 보이는 비행체가 어디서 발사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나무호는 이란 내륙에서 90~100㎞ 정도 떨어져 있었으며, 대함미사일의 비행은 6~7분 정도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비행체는 선미 쪽으로 날아왔으며 당시 이란 방면으로 선미가 약 156도 투묘해 있었으며, 좌측 선미 외판이 폭 약 5m, 선체 내부로는 깊이 약 7m까지 훼손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27일 외교부가 공개한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 파편에 이란 제조사로 추정되는 TEM 각인이 새겨져있다. 외교부 제공.

누르 대함미사일은 1990년대 중국제 C-802를 이란이 수입해 역설계한 장거리 대함 순항 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는 120~130㎞로 나무호 피격 당시 해안과의 거리가 90~100km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에서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미사일은 주로 이란 해군이나 이란혁명수비대가 운용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은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2006년 누르 미사일을 활용해 레바논 해안에 있던 이스라엘 군함을 공격하기도 했다.

정부는 나무호가 2차례에 걸쳐 피격됐는데 첫 발은 불폭했고, 두 번째 미사일이 기폭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날 브리핑에 함께 나선 류윤상 국방부 국제정책차장(해군 준장)은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 발만 쏜 게 아니고 두 발을 쐈다는 게 그런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미사일이 친이란 세력은 물론 시리아 등에도 수출되기는 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호르무즈해협 통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해군이 하고 있지 않나 판단한다”고 밝혔다. 나무호 공격 배후가 이란 혁명수비대 또는 이란 정규 해군 이외의 세력으로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항의하고 이란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누르를 발사했다면 탄두의 위력으로 봤을 때 경고성이 아닌 침몰시키기 위한 공격이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한국 배를 목표로 공격했다기보다는 호르무즈해협 내 움직이는 배가 있다면 현장 판단으로 발사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학과 교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의도적인 공격이라기보다 호르무즈해협 현장 지휘부의 독자적이고 과민한 판단에 따른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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