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카지노 같아, 사람들 도박에 열광” 버핏의 경고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작심 비판’
“지금처럼 도박에 열광한 시기 없었다”
군사 정보 이용해 투자한 미군 언급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다. 오마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6)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 회장이 최근 증권시장 상황을 두고 “지금처럼 사람들이 도박에 열광하는 시기는 없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투자자들이 기업 내재 가치에 기반해 주식을 고르는 ‘가치 투자’ 대신 예측 시장 같은 ‘초단기 옵션’ 거래에 매몰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버핏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가 열린 2일 미국 CNBC방송과 만나 현재의 증권시장을 ‘카지노가 딸린 교회’로 빗대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은 교회와 카지노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며 “나는 교회에 있는 사람들이 카지노에 있는 이들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카지노도 분명히 매력적인 장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가치 투자와 단기 옵션 거래를 각각 교회와 카지노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하루짜리 옵션을 사고팔 수 있다면 그건 투자나 투기가 아닌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역 미군이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 관련된 기밀 정보로 예측 시장에 투자해 40만 달러(약 5억8,852만 원)를 벌어들인 사례를 꼽기도 했다. 버핏은 “베네수엘라를 언제 침공할지 알고 있어서 4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하루짜리 옵션을 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많다”고 지적했다. 전쟁이나 선거 결과를 포함해 여러 주제로 베팅하는 폴리마켓 등 미국의 예측 시장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위법 거래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한편 이날 공개된 버크셔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970억 달러(약 590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지금은 투자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다”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투자자산 가격이 높게 형성된 점을 꼽았다. 적합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라고 답했다. 현재 가격보다는 더 저렴해져야 투자에 나설 거라고 암시한 셈이다.
- 최현빈 기자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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