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원, 트럼프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제동
손효숙 기자
“미국서 태어난 모두에게 유효” 헌법 강조
트럼프 반(反)이민 핵심 정책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를 막아섰던 하급심의 판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법관 9명 중 6대 3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을 비롯한 이민자 권익단체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따른 것으로, 앞서 뉴햄프셔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집행정지 예비 명령을 최종 확정한 셈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통해 헌법 정신을 명확히 했다. 그는 “시민권은 과거에도 지금도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의미한다”며 “수정헌법 제14조를 제정한 이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자유롭게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그 사법권에 속하게 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 영토 내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원칙이 헌법적 가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反)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출생시민권 제도를 겨냥해왔다. 특히 지난해 1월, 부모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더라도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측의 주장에 대해 “만약 의회가 시민권 부여 조건을 주소지나 거주 의사에 따라 달라지게 하려 했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행정명령이 입법적 절차와 헌법적 근거를 결여했음을 지적했다.
- 손효숙 기자sh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