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에 ‘민주사회주의’ 유령? 맘다니 이어 속속 두각 이유는
주거난, 육아 비용 해결책 급부상
공공 서비스 개선·정부 개입 가속
이상과 현실 속 통치 능력 증명 과제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이 2월 17일 뉴욕 시청에서 뉴욕시 2027 회계연도 예비 예산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하수도 사회주의’로 불리는 ‘민주사회주의’ 정치 운동이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세기 초 미국 위스콘신주를 휩쓸었던 실용적 진보주의가 100여 년 만에 다시 부상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케이티 윌슨 시애틀시장 등에 이어 최근 워싱턴시장 자리를 놓고 치러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하수도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제니스 루이스 조지가 후보로 확정되는 등 민주사회주의자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수도 사회주의란 용어는 1900년대 초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활동했던 정치인들의 행보에서 유래한다. 당시 이들은 이념적 구호 대신 하수 처리 시설 현대화, 도로 보수, 공공 공원 조성 등 공공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NYT는 최근 민주사회주의자들의 급부상 배경에도 극심한 주거비 상승과 육아 부담이라는 경제적 현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정치권이 자유 시장 논리와 점진적 개혁만을 외치는 동안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층과 중산층에게 이들 후보들의 공약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뉴욕시 임대료 동결’을 내세워 당선된 맘다니 시장에 이어 북서부 최대 도시인 시애틀에서도 민주사회주의자인 정치 신인 윌슨이 주거 문제 해결 공약으로 지지를 받았다. 이달 16일엔 38세의 루이스 조지가 민주당의 워싱턴시장 예비선거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온건파 후보를 앞질렀다. 2016년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의 대권 도전을 지켜보며 민주사회주의자가 된 그는 이번 예비선거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거 문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상과 현실 사이…’재정’ 한계 넘어야
이들의 급진적 좌파식 실험이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요 대도시에서 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벽은 재정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시 재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약속한 대규모 복지 프로그램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NYT는 짚었다. 특히 워싱턴처럼 연방 의회의 감독을 받는 지역은 독자적인 재정 운용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앞서 맘다니 뉴욕시장도 취임 연설에서 “냉혹한 개인주의를 집단주의의 따뜻함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는 최근 행정 안정성을 위해 억만장자 상속녀인 제시카 티시를 경찰청장으로 유임시키고, 고비용 주택 보조금 프로그램 공약을 보류하는 등 기존 체제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현재의 민주사회주의 열풍의 성패는 운동을 넘어 공공 행정에서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민주사회주의 흐름은 단순히 하나의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는 것을 넘어, 미국 사회가 개인주의적 자유 시장 모델에서 공동체적 공공 복지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실험이 이상과 현실 사이의 마찰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관측했다.
- 손효숙 기자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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