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공격체 잔해 분석 개시… ‘의도적 타격’ 특정은 어려울 듯

조현 장관 “비행체 잔해 곧 한국 도착”
잔해 분석 뒤 ‘의도성’ 등도 분석 대상
외교 파장·국익 종합 판단해 대응 전망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서 ‘로키 대응’

미상 비행체의 타격으로 피해 입은 선박 외부의 모습. 외교부 제공.

호르무즈해협에서 HMM 나무(NAMU)호를 타격한 비행체 부품에 대한 정부 조사가 조만간 개시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이란 등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외교적 판단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나무호 피격에 신중한 기류를 이어가는 사이 미국은 한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2일 취재진과 만나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 엔진) 잔해가 곧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며 “전문성이 있는 연구소 등에서 (조사 과정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행체 잔해의 민감성과 신속한 조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외교행낭 등 가능한 국내 반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비행체 잔해가 국내에 도착한 즉시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통해 잔해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비행체 파편 조사에 걸릴 시간에 대해 속단하지 않고 있다. 파편은 확보했지만, 이 엔진 부품이 어느 나라에서 제조된 것인지 등을 확정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분석과 증거 수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조사를 통한 ‘부품 제조국’을 특정하는 것과 ‘공격 주체’를 특정하는 것은 별개일 수 있다. 잔해 분석을 통해 이란 측과의 연관성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한국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고의적 공격인지 실수인지를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엔진 잔해에 관한 분석이 끝나면, 해당 세력이 과연 한국을 공격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도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 민간 선박을 고의로 공격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을 경우 따르는 외교적 영향과 국익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간 정부가 공을 들여온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와 원유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나무호 피격 당시 중국·프랑스 선박도 비슷한 타격을 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뤄지는 미국의 군사작전 동참 요구에 미온적인 나라들의 선박들을 이란이 공격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관측에서다. 이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보다는 재발방지 요구와 이란에 대한 자체 조사 촉구 등 외교적 대응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언급하며 “우리 동맹의 강인함은 매우 중요하며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피격된 만큼 해협 안정을 위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해 조 장관의 보고를 받았지만 “수고하셨다”는 말만 했을 뿐 향후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공격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무호 등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 등 외교·안보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로키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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